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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an - Ice Fleet (Artoffact, 2021) 현재 에스토니아에서 활동 중인 포스트-록 그룹 Kauan의 앨범. 2005년 러시아에서 당시 10대였던 Anton Belov의 주도로 결성되었을 당시만 해도 둠 메탈 혹은 블랙 메탈의 강하고 거친 질감의 사운드가 주를 이루었으나 이후 서서히 앰비언트적 요소들을 연주에 반영하기 시작하는데, 메탈을 근간으로 하는 록 사운드를 들려주면서도 현악기나 피아노와 같은 어쿠스틱 텍스쳐를 활용하면서 조금씩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된다. 핀란드어로 '오랜 시간'이라는 뜻을 지닌 그룹 이름에 걸맞게 이들은 긴 호흡을 이어오며 서서히 스스로의 변화를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의 멤버 구성을 완료한 2013년 이후 그룹의 사운드는 보다 다면적인 특징을 내재한 매력적인 변화를 지속하게 되는데, 특히 몇 해 전 안톤 벨로프가 발..
Yaniv Taubenhouse - Moments in Trio III: Roads (Fresh Sound New Talent, 2021)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Yaniv Taubenhouse의 트리오 앨범. 이번 녹음에도 베이스 Rick Rosato, 드럼 Jerad Lippi이 참여하고 있어 Moments in Trio Vols. 1 & 2 (2015 & 2019)에 이은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 표현을 보다 공고하게 다지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어 내용에서도 일련의 지속적 연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 트리오의 새로운 문법과 언어에 대한 탐구는 큰 관심사가 아닌 듯하다. 반대로 전통적인 공간 구성과 진행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 표현 또한 현대적인 재해석을 염두에 둔 범위 내에서 감각적 취향을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들이 오디너리 한 기존의 스테레오 타입을 재현하는 것도 아니다. 인터플레이의 계기를 확장하고 ..
Lorenzo Carrano - Modern Noir (Sonoton Vanguard, 2021) 미국 작곡가 Lorenzo Carrano의 앨범. 주로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을 위한 음악을 작곡했고 스스로 관현악 편곡자로 소개할 만큼 대규모 편성의 작업에서도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현대 작곡을 선보이지만, 장르적으로는 록이나 재즈 등을 포괄하는 다양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작업은 앨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한적인 테마에 맞춰 그 분위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던'과 '누아르'라는 두 가지 개념을 하나의 타이틀로 엮었는데, 둘 다 장르적 의미보다는 이들에게서 연상되는 고유한 서사적 요소를 부각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어쩌면 이러한 단어 선택은 기존에 흔히 통용되는 다크 앰비언트라는 경향적 특징으로부터 자신을 구별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생각도..
Maridalen - Maridalen (Jazzland, 2021) 색소폰/클라리넷 Anders Hefre, 트럼펫 Jonas Kilmork Vemøy, 베이스 Andreas Rødland Haga 등으로 이루어진 노르웨이 트리오 Maridalen의 앨범. 코드 악기가 없는 독특한 구성의 이 트리오에서 실험적 구성의 독창적 표현을 예상했다면, 첫 트랙에서부터 들려오는 포근하고 조화로운 소리에 분명 당혹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구성 자체는 독특하지만 마리달렌 트리오가 들려주는 음악은 일상적 표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익숙한 표현들이다. 오슬로 북쪽에 위치한, 뛰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지역명에서 이름을 따온 마리달렌은 그 명칭에 걸맞게 고즈넉하면서도 가파르지 않은 안정적인 템포의 연주를 들려준다. 목조로 건축된 교회에서 녹음되어 그 사운드 또한 포근하다. 피아노와 같은 ..
Clemens Christian Poetzsch - The Soul of Things (Neue Meister, 2021) 독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Clemens Christian Poetzsch의 앨범. 클레멘스가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들은 각각 저마다 하나의 음악적 변곡점을 이루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클래식 기반의 정통적 훈련을 받았고, 재즈 뮤지션들과의 교류를 통해 즉흥적 표현의 영감을 발전시켰으며, 이후에는 일렉트로닉을 활용한 협업을 이루며 자신의 음악적 언어를 장르적 경계로부터 확장하는 시도를 펼치기도 한다. 그의 음악적 궤적 속에서 특히 Remember Tomorrow (2019)는 연주자로서는 물론 현대 작곡 분야에서 주목할만한 인물로 클레멘스를 바라보도록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이번 앨범은 2019년 작업의 연장이면서 동시에 그 공간적 표현의 확장을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발표한..
Max Richter - Voices 2 (Decca, 2021) 독일 작곡가 Max Richter의 앨범. 이번 앨범은 작년 말, 세계 인권의 날 일정에 맞춰 발표된 Voices (2020)의 후속이다. 전작에서는 1948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보편적 인권 선언의 텍스트가 내러티브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그 배경을 이루었던 음악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음악 그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전편의 작업에서 보이스만을 제거한 것처럼 들리지만, 음악의 언어로 전작의 메시지를 세밀하게 다듬은 작업이다. 스트리밍 본에서는 10개의 트랙만 감상할 수 있지만, CD 혹은 LP 버전에서는 전작의 내용에서 내레이션을 제거한 믹스 축약본을 별도로 제공하고 있어 비교를 원한다면 참고할 수 있다. 음악을 두고 언어를 넘어선 언어라고 하지만 이 또한 문화와..
Balmorhea - The Wind (Deutsche Grammophon, 2021) 미국 뮤지션 Rob Lowe와 Michael A. Muller의 프로젝트 Balmorhea의 앨범. 15년 넘어가는 발모라이의 활동을 되돌아보면 마치 끊임없이 자신의 캐릭터를 바꿔가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배우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까지 이들이 선보였던 장르적인 다양성은 물론 매번 그 음악의 성격에 따라 멤버 구성에 변화를 주는 등, 생각해보면 이들은 단 한순간도 고착된 형식으로 자신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포스트-록, 앰비언트, 미니멀 뮤직, 현대 작곡, 모던 클래시컬 등 여러 장르적 경향성을 포괄하면서도 이들이 진정으로 추구했던, 아니 자신의 음악적 근원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늘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고, 어쩌면 이번 앨범은 이에 대한 발모라이 스스로가 제시하는 해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
Vijay Iyer - Uneasy (ECM, 2021)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Vijay Iyer의 트리오 앨범. Break Stuff (2015)에 이어 ECM에서 발매하는 두 번째 트리오 앨범이며 이번 녹음에서는 말레이시아 출신 호주 베이스 Linda May Han Oh, 미국 드럼 Tyshawn Sorey가 참여해, 이전 녹음과 다른 멤버 구성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그가 선보였던 음악들을 보면 비제이에게 있어 트리오 포맷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편성의 실험 속에서 재즈의 고전적 문법을 갱신하고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선보이려고 했던 노력에 비한다면, 트리오는 기존의 오소독스 한 관행과 어떠한 방식으로든 연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비제이는 기존의 통상적인 문법을 고스란히 트리오의 공간에 들여오고,..
Sinikka Langeland - Wolf Rune (ECM, 2021) 노르웨이 뮤지션 Sinikka Langeland의 앨범. 이번 앨범에서 시니카는 북유럽 민속 악기인 칸텔레를 이용한 연주와 자신의 보컬로 이루어진 솔로 녹음을 선보인다. 지금까지 동료 뮤지션들과 함께 재즈라는 장르적 특성을 활용해 민속적 테마를 담아내는 작업을 진행했다면, 이번 리코딩은 전적으로 북유럽의 민요와 이로부터 영감을 받은 자신의 오리지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때문에 포크 싱어로서의 시니카의 재능은 물론 칸텔레 연주자로서의 면모도 감상할 수 있다. 범신론적인 세계관이 지배적인 북유럽의 민속적 전통은 자연에 대한 사색적 태도로 이어지며, 이는 앨범은 물론 개별 곡의 타이틀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특히 북유럽 고대 문자 혹은 시어를 뜻하는 'Rune'이라는 개념을 활용해 자신의 음악이 지닌 의미..
Thomas Strønen, Ayumi Tanaka, Marthe Lea - Bayou (ECM, 2021) 노르웨이 드러머 Thomas Strønen와 클라리넷 및 보컬 Marthe Lea, 일본 피아니스트 Ayumi Tanaka가 모여 녹음한 앨범. 이제 토마스를 ECM의 대표 뮤지션 중 한 명으로 손꼽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렉트로닉을 활용한 Food 프로젝트로 첫 레이블 데뷔작을 선보인 이후 Time Is A Blind Guide (2015)를 통해 어쿠스틱의 표현에 기반을 둔 음악적 접근을 안착시키는 등, ECM과 토마스의 접점은 이미 충분히 확인하고도 남는다. 여기에 토마스는 또 하나의 음악적 계획을 현실화시키려고 하는데, 이번 앨범이 그 첫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이번 녹음은 트리오 구성을 이루고 있지만, 기존 TIABG 퀸텟의 공간을 추상화하고 여기에 새로운 구체적 표현을 더한 ..
ambientsketchbook - The Passing Of Seasons (self-released, 2021) ambientsketchbook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영국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Lee Gorman의 앨범. 10년 가까운 활동 기간 중 선보인 음악들은 앰비언트라는 장르적 한정에 국한되지 않는다. 앨범에 따라 포스트-록 혹은 슈게이즈의 영향이 강하게 반영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일렉트로닉의 특성이 부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여러 요소적 특징이 음악적 진화를 통해 하나의 자연스러운 통합을 이루며 이제는 서서히 자신만의 고유한 표현을 완성해가는 듯하다. ASb의 연주에서 가장 두드러진 사운드는 단연 기타일 것이다. 다양한 토너와 이펙터를 통해 연출된 사운드는 각 곡의 특징에 따라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그만큼 연주 악기로서의 특징보다는 음향적 구성을 위한 핵심 도구의 성격이 강하다. 서로..
Not Waving & Romance - Eyes of Fate & Restoration Of Bliss (Ecstatic, 2021) Not Waving이라는 이름으로 런던에서 활동 중인 이탈리아 출신 전자음악가 Alessio Natalizia와 영국 뮤지션 Romance의 협업 앨범 및 EP. 20년 이상을 주로 DJ와 감각적인 디지털 리소스를 활용한 음악을 선보였던 알레시오가 자신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업을 선보였던 신예 작가와 협업작을 발표했다는 점은 무척 의외다. You Must Remember This (2020) 앨범에서 기존 고전음악의 문법과 언어를 해체적 시각에서 재구성하고 현대 작곡의 관점에서 앰비언트의 표현으로 완성한 로맨스의 놀라운 작업을 떠올려 보면 알레시오와의 접점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레이블의 설립자이고 로맨스의 지난 작업에서 마스터링을 담당했던 인연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 둘의 조합은 예상 밖의 ..
Gimmik - Deux Nouvelles (n5MD, 2021) Gimmik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오스트리아 전자음악가 Martin Haidinger의 앨범. 과거 Toytronic 레이블의 설립자이자 대표 뮤지션으로 활동하던 중 2000년 중반 돌연 음악계를 떠난다. 15년간의 긴 침묵 끝에 작년 n5MD 레이블을 통해 Entre les Chambres (2020)를 선보이고, 올해에만 예정작 및 재발매 포함 4장의 릴리즈를 발표하는데, 이번 앨범은 그가 선보인 신보 중 하나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2개의 신곡은 그 길이가 각각 20분에 조금 못 미치는 장편 서사로 2020년 초의 전작과 유사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또한 그 내용에서도 기존의 IDM 계열의 일렉트로닉과 달리 비트를 전혀 활용하지 않은 본격 앰비언트 앨범이라는 점에서 마치 연작의 일부를 감상하는 듯하다..
Hosoo (호수) - Odyssey (Dragon's Eye, 2021) 한국의 앰비언트 듀오 Hosoo의 앨범. 변웅수, 백호현 두 뮤지션으로 이루어진 그룹 이름 '호수'는 lake라는 뜻과 더불어 방 번호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음악이 지닌 묘사적 특징에 주목한다면 전자의 의미가 부각될 것이고 사운드의 앰비언스가 작용하는 효과에 관심을 둔다면 후자의 해석에 귀 기울일 듯하다. 국내에도 이와 같은 실험적인 음악을 시도하는 뮤지션들이 여럿 존재하지만, 실재 그들의 성과를 담아낼 수 있는 플랫폼이 부족하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네트워크의 발달로 국외 발매의 기회가 제공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앨범은 호수의 세 번째 앨범으로, 이전 작업에서 보여준 잔잔한 수면 위의 빛 반사와도 같은 부유하는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레이블에서 제공하..
Emmanuel Lerouge, Nicolas Prost, Cedric Cyprien - Circle (iMD-Labarraque, 2021) 프랑스 키보드 연주자 Emmanuel Lerouge, 색소폰 Nicolas Prost, 퍼커션 Cédric Cyprien의 트리오 앨범. 이 앨범은 에마누엘과 니콜라스가 듀엣으로 선보였던 ONYX Experience 프로젝트의 확장판 같은 인상을 준다. 클래식과 재즈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장르가 지닌 개방적 성격에 주목하고 그 표현을 확장하여 그 경계에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수용하는 과감함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에마누엘이 주목한 것은 기존의 고전적인 키보드 외에도 일렉트로닉 시퀀싱의 활용으로, 이는 니콜라스의 이펙트가 걸린 관악기의 에어리 한 음색과 조화를 이루며 유니크한 표현을 완성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사운드 자체는 7-80년대의 몽환적 사이키델릭을 감각적으로 복원한 듯한 인상을 주면서 동시에..
Hitra - Transparence (AMP, 2021) 아이슬란드 기타리스트 Hilmar Jensson,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Alessandro Sgobbio, 노르웨이 베이시스트 Jo Berger Myhre와 드러머 Øyvind Skarbø 등으로 이루어진 쿼텟 Hitra의 앨범. 최근 발매가 되었지만 녹음은 2017년에 이미 이루어졌으며, 그 시기를 전후 이들은 여러 차례의 공연을 함께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평소 실험적인 표현과 즉흥적 확장을 자주 선보였던 힐마르와 알레산드로가 만났고, 여기에 유연한 음악적 묘사와 감각적 재능을 지닌 요 버거와 외위빈이 더해졌으니 히트라의 음악은 그 라인-업만으로도 스타일을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막상 음악을 들어보면 이러한 예상은 맞지만, 늘 그렇듯 이들의 음악적 상상력은 우리의 한정적 사고를 훨씬 뛰어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