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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den Orchestra - Dawn Chorus (Tru Thoughts, 2017) 영국 출신 작곡가 겸 연주자 Joe Acheson의 프로젝트 그룹 히든 오케스트라의 세 번째 정규 앨범. 그의 음악과 관련한 수 많은 수식어들 만큼이나 그룹 이름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레코딩을 위한 솔로 프로젝트 그룹으로 오버 더빙을 거쳐 사운드를 만들어가고 다른 뮤지션들의 필요한 조력을 받아 사운드의 레이어를 덧붙여 자신만의 독특한 오케스트레이션 효과를 완성시킨다. 이와 같은 부류의 음악들은 현실적인 물리적 제약 때문에 라이브에 소극적이지만 히든 오케스트라는 별도의 라이브 팀을 꾸려 공연 활동 또한 활발하게 펼친다. 이번 앨범 역시 다양한 음악적 배경을 지닌 여러 뮤지션들이 참여해 완성되었다. 애치슨의 음악과 관련해 일렉트로닉, IDM, 누 재즈, 모던 클래시컬 등 다양한 ..
LABtrio - Nature City (OutNote, 2017) 벨기에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랩트리오의 신보. 올해로 결성 10년 째 되는 해라고 하지만 놀랍게도 이들의 나이는 20대 중후반에 불과하다. Lander Gyselinck (ds), Anneleen Boehme (b), Bram de Looze (p) 등 세 소년 소녀의 이름 알파벳 이니셜 하나씩 가져와서 그룹의 이름을 지었고 2011년 아비뇽의 Tremplin Jazz Festival에서 관객상 및 대상 수상이 기회가 되어 첫 앨범 Fluxus (2013)를 녹음한 것으로 전해진다. 첫 앨범에서 이들이 보여준 트리오의 새로운 언어와 문법은 신선한 실험적 형상들이 가득했다. 마치 매스 임프로바이징을 트리오 포멧으로 재현하는 듯한 과감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서로의 공간을 압박하는 듯한 모습으로 인터플레이의 계..
Tigran Hamasyan - An Ancient Observer (Nonesuch, 2017) 아르메니아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 티그랑 하마시안의 논서치 신보. 아르메니아의 전통 음악에서 모티브를 차용한 두 개의 곡을 제외하고 모두 지난 4년 동안 티그랑 자신이 작곡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르메니아의 민속 음악적 요소들을 재즈의 임프로바이징에 적용하여 자신만의 유니크한 음악적 표현을 선보이는 티그랑의 작업은 나름의 흥행 요소까지 겸비하여 꾸준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단순히 서로 다른 두 장르의 접점에서 음악적 타협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경계 그 자체를 확장하기 위한 무수한 음악적 실험들은 티그랑에게서만 엿볼 수 있는 독창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피아노와 연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Mockroot (2015)에서의 음악의 형식적 구성에서..
Laurent Coulondre - Gravity Zerø (Sound Surveyor, 2017) 프랑스 출신의 젊은 재즈 피아니스트 겸 키보드 연주자 로랑 쿨롱드르의 신보. 이번 앨범은 로랑이 지금까지 선보였던 트리오 앨범들과는 전혀 다른 형식과 색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로랑은 앨범마다 각기 다른 음악적 언어를 구사하며 매번 변신을 시도했다. 첫 번째 Opus (2011)에서는 포스트-밥에 기초한 연주를, Opus II (2014)에서는 피아노와 오르간을 이용해 보다 모던한 분위기의 연주를 보여줬다면, Sound Surveyor에서 발매한 Schizophrenia (2016)에서는 그루브 넘치는 프리 펑크 스타일의 색다른 면모를 선보인다. 이번 앨범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간다. 트리오라는 기본 형식을 벗어나 보다 더 과감한 음악적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신작에서 로랑은 자신..
Christoph Berg & Henning Schmiedt - Bei (Flau, 2017) 바이올린 연주자 크리스토프 베르그와 피아니스트 헤닝 슈미트의 듀엣 앨범. 둘 다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작곡가 겸 뮤지션으로 분류되지만 서로 지향하던 음악적 분위기는 상이하다. 헤닝의 경우 클래식이나 재즈와 같은 전통적인 장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심미적이고 서정적인 스타일의 연주를 들려줬다면, 크리스토프는 최근에 발매된 Conversations (2017)에서도 잘 드러나 듯이 앰비언트적인 표현을 기본으로 다소 추상적인 음악적 언어들을 주로 선보였다. 베를린이라는 지역적 공통점 만으로 이 둘이 함께 작업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어찌되었든 협업의 결과물로 이번 앨범이 발표되었다. 결론적으로는 헤이닝의 기본 스타일에 크리스토프가 능동적인 반응을 보이는 방식으로 이번 앨범에서 음악적 합의를 찾..
Dale Cooper Quartet & the Dictaphones - Astrild Astrild (Denovali, 2017) 데일 쿠퍼 쿼텟 앤드 더 딕타폰즈의 정규 네 번째 앨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많은 맴버들이 그룹을 거쳐갔지만 누가 쿼텟이고 딕타폰즈인지 자신들 조차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이며 심지어는 이번 레코딩에서 쿼텟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세 명 뿐이다. 이들 음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미리 그려보기 위해서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두 가지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첫 번째 David Lynch 감독의 TV 시리즈 Twin Peaks에 등장하는 인물 중 휴대용 녹음기를 들고 마치 전화기에 넘어 미지의 상대인 다이앤에게 사건 내용과 온갖 신변잡기를 이야기하는 FBI 특수요원 데일 쿠퍼, 두 번째 그의 분열적이고 편집증적인 성격을 작곡가 Angelo Badalamenti가 암울하고 쓸쓸한 분위기로 묘사한 데일 쿠퍼..
Kronos Quartet - Folk Songs (Nonesuch, 2017) 45여년 역사의 크로노스 쿼텟 신보. Uniko (2011) 이후 음반 발매도 없었고 La Grande Bellezza OST (2013)에서 잠시 등장한 이후 이렇다 할 소식도 없어서 해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 무성할 무렵, 2014년 논서치 50주년 기념 공연에 30년 이상 레이블과 함께 했던 쿼텟이 무대에 올랐고 Sam Amidon, Olivia Chaney, Rhiannon Giddens, Natalie Merchant 등 음반사에 소속된 보컬리스트들과 협연을 펼친다. 공연을 계기로 새로운 레코딩이 기획되었고 David Harrington & John Sherba (violins), Hank Dutt (viola), Sunny Yang (cello)으로 정비된 쿼텟이 포크 송을 소재로 한 이번 ..
Hampshire & Foat - Galaxies Like Grains of Sand (Athens of the North, 2017) 기타리스트 Warren Hampshire와 키보드 연주자 Greg Foat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햄프셔는 2000년대 초부터 약 10여년 동안 활동했던 The Bees의 맴버였고, 포트는 2010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활약 중인 The Greg Foat Group의 리더다. 햄프셔가 활동했던 그룹은 인디 록을 기본으로 레게와 재즈 등의 음악적 요소들을 접목하며 사이키델릭한 분위기의 사운드를 연출했고, 포트의 그룹은 재즈와 소울을 바탕으로 브라스를 활용한 스페이스 에이지 스타일의 누 재즈 음악을 선보였다. 이들의 이러한 이력을 보면 두 뮤지션이 만나 어떤 음악을 선보일 것인지, 특히 소울과 펑크 음반 재발매를 전문으로 하는 Athens of the North 레이블에서 이례적으로 레코딩 발매한 앨범이라는 사..
David Gilmore - Transitions (Criss Cross, 2017) 미국 출신 재즈 기타리스트 데이빗 길모어(Pink Floyd의 기타리스트 Gilmour 아님)의 통산 세 번째 앨범. 1990년대부터 세션으로 활동하면서 Christian McBride, Don Byron, Steve Coleman, Wayne Shorter 등의 다수 유명 앨범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 최근에는 Uri Caine이나 Boris Kozlov 등의 투어 세션으로 참여하는 등 다방면에서 그의 이름을 접할 수 있었지만 정작 본인의 명의로 발표된 레코딩은 매우 드물다. 첫 앨범 Ritualism (2001)이 큰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5년 지나 Unified Presence (2006)을 발표하고 이제 10년을 넘긴 뒤에서야 최근 자신이 세션으로 자주 참여했던 크리스 크로스 레이블에서 본인..
Jack DeJohnette, Larry Grenadier, John Medeski, John Scofield - Hudson (Motéma, 2017) 제목이 곧 내용이다. 허드슨 벨리의 모습을 담은 커버 사진, 그리고 여기에 적힌 이름들과 타이틀을 읽고 이들의 음악을 듣는 순간 그 어떠한 부연과 설명도 무의미하게 된다. 뮤지션들 각자가 걸어온 음악적 궤적들을 살펴보면 조금은 상이한 음악적 지향점을 향해 달려왔던 것을 기억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도 다양한 계기들에 의해 서로 조우했던 순간들도 있었음을 떠올리게 된다. 가장 최근에는 2014년 허드슨 유역에서 개최된 Woodstock Jazz Festival에서 이들 네 명은 한 자리에 모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허드슨이라는 팀 이름은 뚜렸한 음악적 개성을 지닌 네 명의 뮤지션들을 이어주는 고향 같은 은유일 뿐만 아니라, 강줄기를 따라 형성된 여러 지역에서 발원했던 수 많은 음악적 성과들을 압축하는 상징이..
Oded Tzur - Translator's Note (Enja, 2017) 뉴욕에서 활동 중인 이스라엘 출신의 테너 색소폰 연주자 오데드 쭈르의 두 번째 앨범. 이번 레코딩 역시 전작 Like a Great River (2015)과 마찬가지로 Shai Maestro (p), Petros Klampanis (b), Ziv Ravitz (ds) 등이 참여한 쿼텟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이번 앨범은 전작의 연장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그 내용이나 스타일 면에서도 무척 유사하다. 전통적인 포스트-밥의 언어에 기초하고 있으면서 오데드 자신의 개인적인 관심사인 미국 전통과 인도 음악의 요소들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프레이즈를 만들어낸다. 재즈와 인도 음악 사이의 상이한 스케일을 조율하기 위해 색소폰의 키나 리드 혹은 블로우의 미세한 조절을 통해 미분음을 표현한다. 이와 같은 오데드의 테..
Jazzpospolita - Humanizm (Postpost, 2017) Stefan Nowakowski (b), Wojtek Oleksiak (ds), Michał Przerwą-Tetmajer (g), Michał Załęski (key) 등으로 구성된 폴란드의 재즈 그룹 재즈포스폴리타의 통산 다섯 번째 정규 앨범. 라이브 실황을 담고 있는 전작을 제외하면 3년 만에 발매되는 스튜디오 레코딩이다. 초기에 이들이 자주 사용했던 D&B를 바탕으로 한 리듬과 비트, 샘플링의 적극적인 활용, 전자 악기들에 의해 구성되는 다양한 효과 등으로 누 재즈의 지향성을 지닌 그룹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Jazzpo! (2014)에서는 예전과는 다른 음악적 결이 느껴졌는데, 앨범을 접한 많은 리스너들의 일반적인 평가는 재즈와 포스트-록의 결합에 주목하였다. 실재로 해당 앨범은 포스트-록 씬의..
Arve Henriksen - Towards Language (Rune Grammofon, 2017) 노르웨이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 아르베 헨릭센의 루네 그라모폰 신보. 통산 아홉 번째 솔로 앨범이기도 한 이번 레코딩은 여러 측면에서 개인적인 관심을 끈다. 최근 ECM에서 Trio Mediaeval과 함께 발표한 Rimur (2017)라는 예상 외의 독특한 결과물 직후 발매된 앨범이라 그 내용이 궁금했고, Cosmic Creation (2014) 이후 3년 만에 다시 RG에서 자신의 디스코그라피를 이어갔다는 점 역시 흥미로웠다. 이번 앨범은 10년 넘는 시간 동안 헨릭센과 꾸준한 음악적 교류를 이어온 Eivind Aarset (g), Jan Bang (samp, prog), Erik Honoré (synth, prod) 등이 온전한 자신들만의 언어들로 공통의 음악적 합의를 만드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오노..
Joep Beving - Prehension (Deutsche Grammophon, 2017) 네델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 겸 영화 음악 작곡가 윱 베빙의 통산 두 번째 앨범이자 DG 데뷔작. 흔히들 영화나 소설의 주인공 캐릭터를 구성할 때, 뛰어난 재능을 갖춘 성장기; 뜻하지 않은 고난과 시련; 우연한 계기를 통해 다시 찾아온 기회와 성취 등의 과정을 통해 묘사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베빙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은 그러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10대에 음악에 뜻을 품고 진학과 데뷔를 했지만 손목 부상으로 그 꿈을 접고 평범한 대학 진학 후 취업한 광고 회사 일정 중에 우연히 호텔 로비의 피아노를 연주하며 주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그래서 다시 음악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개인적으로 녹음한 곡들을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렸더니 대박이 나고, 결국 메이저 음반사의 눈에 띄어 본격..
Owls - Crumbling Light (ATS, 2017) 오스트리아 출신 Simon Oberleitner (p, comp), David Ambrosch (b), Konstantin Kräutler (ds) 등으로 이루어진 트리오 아울스의 데뷔 앨범. 매우 단순하면서도 전통적인 구성인 트리오 포맷으로 조합 가능한 음악적 스타일과 유형의 다양성에 가끔 놀라게 된다. EST 이후 새로운 트리오의 문법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구체화되기 전에 이미 새로운 형식의 분화가 이루어졌으며 '그 이후'(post)의 음악적 모색이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다. 사실 아울스의 음악은 그와 같은 방향 모색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곡을 진행하는 스타일이나 트리오의 구성과 관련한 멤버들의 역할을 살펴보면 비교적 전통적인 언어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적 ..
Polish Cello Quartet - Discoveries (CD Accord, 2017) 1980년대 후반에 태어난 Tomasz Daroch, Wojciech Fudala, Adam Krzeszowiec, Krzysztof Karpeta 등으로 이루어진 PCQ의 첫 앨범. 그리 친숙한 이름들은 아니지만 각자 프로필에 명시된 학교와 지도 교수들의 명단 등 교육 이력 만으로도 이들의 실력이 범상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2011년에 처음 결성된 PCQ는 유럽의 중요 음악 단체의 정식 멤버로, 또한 주요 행사의 고정 출연진으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가장 주목할 점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첼로 쿼텟의 레퍼토리들을 발굴하고 소개했던 PCQ의 노력일 것이다. 이번 앨범은 그 타이틀이 암시하듯 지금까지 이들이 발굴했던 다양한 연주 목록들 중 네 편을 레코딩으로 담고 있다. Pros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