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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enc Snétberger - Titok (ECM, 2017) 헝가리 출신 기타리스트 페렝 스네트베르게의 두 번째 ECM 발매작. 솔로 라이브 환경에서 녹음된 레이블 데뷔 앨범 In Concert (2016)와 달리 이번 신보는 Anders Jormin (b) 및 Joey Baron (ds)과 함께 Rainbow Studio에서 진행된 레코딩을 담고 있다. 이미 1990년대 Enja 레이블 시절부터 집시와 플라멩코를 결합시킨 전통적인 연주 스타일을 바탕으로 클래식에 기초한 현대적인 자작곡을 선보이며 많은 관심을 받았던 뮤지션이었기 때문에 ECM에서의 음반 발매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페렝의 가장 큰 음악적 미덕은 친절함과 온화함에 있다. 하지만 친절하다고 개몽주의적인 것은 아니며 온화하다고 헐거운 것도 아니다. 그의 연주를 악보로 기보해 보면 엄..
river breeze #20170515
Moinho - Elastikanimal (1631 Recordings, 2017) 파리에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Palois Franck Marquehosse의 프로젝트 그룹 무이노의 두 번째 앨범. 흔히 네오-클래식 혹은 모던 클래시컬 계열로 분류되는 음악적 경향성들에 대해 느끼는 개인적인 감성은 다소 복잡하다. 정통 클래식의 엄밀함에 반한 일련의 새로운 시도와 흐름이라는 음악적 분화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이미 그 자체로 정체되고 고착되어 정형화된 일군의 음악적 스타일이라는 지루함이 공존하곤 한다. 첫 번째 앨범 Baltika (2013)을 들었을 때만해도 사티와 페르트를 연상시키는 피아노 솔로에, 네오-클래식이라고 하면 흔히 연상되는 익숙한 스타일에서 무이노에 대한 인상은 후자에 기울어졌다. 특히나 열악하게 느껴진 사운드 퀄리티는 음악에 대한 집중을 방해했던 기억도 난다...
mind scape #20170513
Alexi Tuomarila Trio - Kingdom (Edition, 2017) 핀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알렉시 투오마릴라의 통산 세 번째 트리오 앨범. Edition 레이블에서 발매된 Seven Hills (2013)를 처음 접하고 '대단한 신인'(sic!)이다 싶어 그의 바이오그라피를 검색해 봤더니 1974년 생에, 이미 수 많은 유명 연주자들과 스테이지에 함께 올랐던 중진급 뮤지션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자세히 봐야 보인다고, 그 후 Tomasz Stanko, Eero Koivistoinen 등과 같은 뮤지션의 앨범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했을 때 무척 반가웠다. 긴 활동 기간에 비해 그의 이름으로 된 타이틀을 접하기 어려웠던 여러 사정이 있었겠지만, 그의 연주는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한 매력과 힘을 지녔다는 사실에 이의 없을 것이다. ..
Penguin Cafe - The Imperfect Sea (Erased Tapes, 2017) Arthur Jeffes를 주축으로 활동 중인 영국 그룹 펭귄 카페의 통산 세 번째 앨범. 이번 앨범은 펭귄 카페는 물론 아더 제퍼스의 아버지 Simon Jeffes의 Penguin Cafe Orchestra의 앨범들을 발매했던 Editions Penguin Cafe 레이블이 아닌 Erased Tapes에서 발매된다고 해서 관심을 받기도 했다. 1997년 사이먼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PCO가 해산된 이후, 2009년 대학에서 활동했던 십여 명의 친구들과 함께 펭귄 카페를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PCO의 음악적 성과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 동시에 PC 자신들만의 음악적 독창성을 사고해야 한다는 것은 이들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이번 앨범은 자신만의 음악적 지향을 명확히 ..
Manet - Devour (self-released, 2017) 노르웨이 출신 Henrik Opheim Hegre의 솔로 프로젝트 그룹 마네의 세 번째 정규 앨범. 인상주의 화가의 이름을 차용하긴 했지만 헨릭의 음악과 에두아르의 그림 사이에는 특별한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에두아르의 화려한 색체에 비교하면 헨릭의 음악은 세츄레이션 -80에 근접한 회색빛이다. 2013년부터 이어진 일련의 앨범과 싱글들을 통해 '장르' 내에서는 나름의 고정 마니아를 확보한 그룹이지만 헨릭 자신이나 그룹 자체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또 한 가지 난감한 사실은 앞에서 작은따옴표 친 장르 역시 다양한 경향성으로 포괄되는 모호한 영역이라는 점이다. 그래도 일단 그의 음악을 들은 청자들의 입장에서 몇 개의 단어를 차용하면 다크 앰비언트나 둠 재즈 등과 같은 비장르적 표현들..
Klaus Gesing, Björn Meyer, Samuel Rohrer - Amiira (Arjunamusic, 2016) Klaus Gesing (bcl, ss), Björn Meyer (eb), Samuel Rohrer (ds) 트리오의 첫 정규 풀타임 레코딩. 결성과 동시에 임프로바이징과 체임버 뮤직의 독창적 결합을 시도했던 open source music (2013)이라는 짧은 EP를 통해 나름의 음악적 경향성을 드러냈던 GMR은 이후 각자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계속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클라우스는 Norma Winstone의 ECM 작업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렸으며 뵈른과 함께 오드 연주자 Anouar Brahem의 앨범에서 월드 뮤직 작업에도 참여한다. 사무엘 또한 이번 앨범을 발매한 Arjuna 레이블을 만들어 일련의 일렉트로닉, 어쿠스틱, 프리 임프로바이징 앨범들에서 제작자와 연주자의 활동을 병행한다. 이번 ..
Shalosh - Rules of Oppression (Contemplate, 2017) 미국과 이스라엘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트리오 샬로쉬의 두 번째 앨범. 데뷔 앨범 The Bell Garden (2014)에서 워낙 강력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이번 앨범에 대해 갖고 있던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한다면 전작을 뛰어넘은 신작이다. Gadi Stern (p), Matan Assayag (ds), Daniel Benhorin (b) 등의 호흡은 더욱 확장된 음악적 형식 속에서도 여전히 완벽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전작에서는 트리오의 형식적 완성도에 많은 강조점을 두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자신들의 음악적 스타일을 보다 확장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재즈를 기반으로 락과 중동음악의 경계에서 펼칠 수 있는 다이나믹한 역량을 선보였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현대 고전음악과 일렉트로닉 ..
Lights & Motion - Dear Avalanche (Deep Elm, 2017) 포스트-락 밴드 라이츠 앤드 모션의 정규 네 번째 앨범. 스웨덴 출신의 20대 젊은 뮤지션 Christoffer Franzén에 의해 멀티 인스트루먼트 원-맨 프로젝트 그룹으로 탄생한 라이츠 앤드 모션은 데뷔 앨범 Reanimation (2013)의 발표와 동시에 온라인 상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다. 수록곡 "Aerials"와 "Faded Fluorescence"가 연이어 영화 트레일러에 사용된 것을 시작으로 "The March"는 구글의 글로벌 커머셜과 오스카 시상식에서 배경 음악으로 등장하며, "Home"이나 "Drift"와 같은 곡은 지금까지 수 많은 광고 음악에 활용되어 이미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하다. 영화와 TV 그리고 CF 음악 분야까지 진출해 포스트-락 뮤지션으로는 이례적인 대중적 인지도..
Levi Patel - Affinity (self-released, 2017) 뉴질랜드 출신의 젊은 작곡가 레비 파텔의 첫 정규 앨범. 2013년부터 발표한 몇 개의 인상적인 단편들을 접하면서 정규 앨범에 대한 기대가 컸던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앰비언트 뮤지션들 중 한 명이다. 또한 올 해 초 발표된, 국내에서 활동 중인 단편 영화 감독 Nils Clauss가 세월호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담담하게 담아낸 미니 다큐 Last Letters에서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다. 레비 자신은 이 다큐가 이번 앨범과도 관련이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앨범에 수록된 곡의 제목들을 보면 관념적 표제들이 강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취하고 있는 음악적 전략은 매우 명료하고 소박하다. 보편적 언어로서 음악이 지닌 성격을 이용하여 작가의 느낌과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타인과의 동질감을 확인하..
mind scape #20170504
David Enhco - Horizons (Nome, 2017) 프랑스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 겸 작곡가 데이빗 엔코의 세 번째 쿼텟 앨범. 1986년 생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지만 클래식 음악가인 외조부와 어머니의 후원으로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재능을 발휘했던 것으로 전해지며, 재즈 피아니스트 토마스 엔코의 친 형이기도 하다. 일찌감치 다양한 음악적 능력을 발휘하며 The Amazing Keystone Big Band, Trio Casadesus-Enhco, Enhco Brothers 등 일련의 음악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는데, David Enhco Quartet은 2012년 결성 및 2013년 첫 앨범 발매 이후 지금까지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Roberto Negro (p), Florent Nisse (b), Gautier Garrigue (ds) 등으로 구성된 ..
Gaussian Curve - The Distance (Music From Memory, 2017) 일렉트로닉과 앰비언트 계열의 프로젝트 그룹 가우시안 커브의 두 번째 레코딩. 전작 Clouds (2014)에 대한 앰비언트 음악씬에서의 많은 관심과 호평에도 불구하고 맴버인 Gigi Masin, Jonny Nash, Marco Sterk 등은 그 동안 각자의 개별적인 활동에 전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신보 역시 이들의 데뷔 앨범의 연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요소들이 다분하다. 최근 앰비언트 씬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기존의 음악적 형식과 구성을 해체하고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한 사운드 이펙트의 결과 그 자체에 치중하는 반면, 가우시안 커브의 경우 정교한 기악적 진행과 구성의 형식적 완성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그 자체의 효과가 목적이라기 보다는 연주를 위한..
Ernst Reijseger - Walking Out (Winter & Winter, 2017) 네덜란드 출신 첼로 연주자 겸 작곡가이자 Winter & Winter 레이블을 대표하는 뮤지션 에른스트 레이제거의 신보.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매년 꾸준히 발매하는 신작들 마다 색체를 달리하며 지속적인 음악적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앨범의 경우 2000년대 중반부터 심심치 않게 이름을 올려온 영화 크레딧 중 동명 타이틀의 OST 작업이다. 정통 클래식에 기반하고 있지만 워낙 방대한 음악적 라이브러리를 보유한 뮤지션이라 그의 음악적 성격을 하나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와 같은 음악적 지향의 다면성을 그의 음악적 기원과 연관지어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앨범을 본다면 그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 속에서도 가장 중심에 있는 고전음악의 지반 위에..
Richie Beirach & Gregor Huebner - Live at Birdland New York (ACT, 2017) 각자 70 및 50세 생일에 맞춰 발매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리치 베이락과 바이올리니스트 그레고르 휴브너의 신보. 하지만 뉴욕 버드랜드에서의 실제 녹음은 5년 전인 2012년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두 뮤지션의 인연은 2000년대 초반에 바르토크, 페데리코 몸푸, 몬테베르디 등의 곡들을 재즈 트리오의 실내악적 편성으로 재해석한 일련의 Round About 시리즈들로부터 시작한다. 단순히 클래식을 재즈풍으로 연주하는 것을 넘어서 음악의 구성 및 형식을 해체하고 이를 새롭게 자신들의 연주 속에서 재구성하는 과감함이 워낙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또한 그와 같은 일련의 시리즈에 함께 했던 George Mraz (b) 역시 이번 앨범에 참여하고 있어 이번 신보는 특히나 반갑다. 이들 외에도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