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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1954 - A Part Of Me (Project Mooncircle, 2018)


프랑스 출신의 신예 뮤지션 Ivan Arlaud의 프로젝트 1954의 데뷔 앨범. 이반의 개인 프로필에 대해서는 데뷔 전 순수미술을 전공했다는 것, 비주얼 아티스트이기도 하며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하는 젊은 뮤지션이라는 단편적인 내용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일렉트로닉에 기반을 둔 다운템포, 덥 스텝에 브로큰 비트, 보코더를 이용한 메카닉 보이스 등은 개인적으로 즐겨 듣는 음악의 요소들은 아니다. 하지만 이 앨범을 처음 접했던 올 초부터 지금까지 운전 중이나 휴식이 필요할 때 가장 많이 재생했던 음악 중 하나다. 이반의 음악이 플레이될 때 센터패시아 스크린이나 폰 액정 위에 뜨는 앨범 표지를 보는 것도 좋았고, 불안한 비트와 디튠된 보컬이 만드는 비현실적인 앰비언트가 의식을 자극하는 묘한 각성 효과도 나쁘지 않았다. 이반의 음악은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것이 드러나는 형상은 의외로 단순하고 명료하다. 분할된 비트와 디튠된 보컬이 제공하는 모호한 비현실성과 달리 자연스러운 효과음이 구성하는 편안한 앰비언스나 균일한 진행을 이끄는 톤은 의외의 안정된 느낌을 연출하고 있다. 서로 대칭적인 언어와 표현이 하나의 평면 공간 위에 배열됨으로써 얻게 되는 효과는 단순히 독특한 분위기의 연출을 넘어서 정서적으로 매우 다면적인 인상을 만들기도 한다. 어쩌면 이러한 부분이 이반의 이번 앨범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은데, 불안하면서도 냉소적이고 때로는 우울하면서도 시크한 느낌을 들게 한다. 낯설지만 분명 현실의 일부를 반영하고 있을 법한, 마치 앨범 커버의 흑백 사진과 닮아 있는 그런 음악이다. 대비와 명도가 낮아 암부는 사라진 대신 명부의 디테일이 선명한 커버 사진은 마치 1950년대의 흑백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레트로한 분위기를 띠고 있다. 감각적인 격렬함이 사라진 대신 라인의 디테일이 선명한 음악은 앨범의 커버와 동일 공간 속에서 하나의 세트를 이루고 있는 듯하다. 트랙이 넘어갈 때마다 끊임없이 표현과 형상을 바꾸고 있지만 음악적 진지함 만큼은 꾸준히 지속한다.


2018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