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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MC Trio - Following The Light (Jazzline, 2023)

 

슬로바키아 출신 재즈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AMC Trio의 앨범.

 

피아노 Peter Adamkovič, 베이스 Martin Marinčák, 드럼 Stanislav Cvanciger 세 명의 성 알파벳 첫 글자를 따서 이름 붙인 트리오는, 이와 같은 그룹 작명이 지닌 위험에도 불구하고, 20년 이상 꾸준히 활동을 지속하며 굳건한 음악적 연대를 보여주고 있다. 재즈의 변방일 수도 있는 지역 출신이지만 유럽과 북미의 유명 뮤지션들과의 협연을 통해 입지를 넓혀왔으며, 여기에 자신들만의 고유한 민속적 색을 더해 독창적인 면모까지 발전시켜 왔다. 트리오라는 고전적인 형식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AMC의 음악은 단순한 전통의 재현에서 머물지 않고, 주변 뮤지션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들의 표현과 양식을 확장하는 유연함을 특징으로 한다. 때문에 이들은 트리오이면서, 트리오를 넘어선 풍부한 음악적 구성을 지향하며, 재즈, 민속, 퓨전 등의 복합적인 양식을 일체화된 언어로 실현하는 인상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이번 앨범 또한 무척 특별한 게스트의 참여로 녹음을 완성했는데 트럼펫 연주자 Randy Brecker와의 협연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의 젊은 아내인 색소폰 Ada Rovatti Brecker을 비롯해 트리오의 오랜 동료이기도 한 기타 Samuel Marinčák 등이 함께하고 있다. AMC의 협연 녹음 대부분이 게스트에게 프런트 자리를 양보했던 관행에 따라, 이번 작업 또한 노장의 공간을 최대한 개방하여, 랜디의 풍부한 음악적 표현이 반영될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앨범 곳곳에 녹아 있다. 포근한 톤을 품은 랜디 특유의 트럼펫은, 때로는 과거 70년대 젊은 시절의 생기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여, 어느 순간에는 일찍 세상을 타계한 그의 동생 Michael Brecker와 함께했던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가 하면, 70대의 연륜을 반영한 깊은 울림의 프레이즈로 숙연한 감동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만큼 AMC는 멤버들 전체의 고른 참여로 완성한 곡을 통해, 거장이 지금까지 선보였던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표현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수 있도록 공간을 개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피아노의 타건은 랜디의 프레이즈가 지닌 경쾌함과 닮은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베이스와 드럼 또한 거장의 연주가 여전히 현대적인 감각 속에서 재현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듯하다.

 

이처럼 랜디의 공간에 집중하는 구성과 편곡 양식을 보여주면서도, AMC만의 고유한 음악적 특징을 다른 다양한 양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경쾌하고 안정적인 퓨전에서부터 민속적 테마를 기반으로 하는 특징에 이르기까지, AMC의 음악이 지닌 복합적인 양식은 하나의 일체감 있는 표현으로 응집되어 있으며, 이를 재현하는 과정 또한 과장이나 부풀림 없는, 일상의 유쾌한 속도 안에서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만큼 인터랙티브라는 표현 자체가 필요 없을 만큼, AMC가 보여주는 팀워크는 견고하면서도 유연하고, 다양한 연주와 주법 속에서도 서로에 대해 형성하는 관계와 대응은 마치 한 몸이 자연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듯한 직관성과 긴밀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견고하면서도 유연한 팀워크가, 결국에는 다양한 양식의 음악적 포용은 물론, 다른 게스트 뮤지션들에게 프런트를 내주면서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음악적 색감과 캐릭터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AMC의 이와 같은 특징이 듣는 이에게 전혀 강박적이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기분 좋게 도달한다는 것은 큰 매력이다. 넉넉한 감성을 음악적 이야기 속에 담아내고 있으며, 때로는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그려내기도 한다. 그 어떤 설명이나 부연이 없어도, 음악 그 자체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기분 좋은 앨범이다.

 

 

2023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