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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ction & Tension & Space - Tellus (Rune Grammofon, 2022)

노르웨이 그룹 Action & Tension & Space의 앨범. 2000년대 말 기타 Per Steinar Lie, 베이스 Julius Lind, 드럼 Ørjan Haaland가 모여 트리오로 처음 출발한 ATS는 녹음 과정에 게스트로 키보드 및 오르간 연주자들이 참여하면서, 이후 자연스럽게 건반 연주자 Sigbjørn Apeland가 가세하여 현재는 4인조로 활동 중이다. 이들은 자신의 음악에 대해 인스트루멘탈 라운지-록의 외형에, 포크 음악, 재즈 풍의 서프, 사이키델리아, 자유로운 즉흥 연주의 여유,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포스트-록, 부유하는 베이스 등이 가미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도무지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막상 연주를 들어보면 이보다 더 절묘한 설명은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와 같은 음악적 특징은 평소 멤버들 각자가 활동 중인 영역이나 무대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새로운 에너지와 하이브리드 한 시너지는 쉽게 말로 설명하기 힘든 복합성과 다면성을 지니고 있다. ATS의 통산 네 번째이며 Rune Grammofon에서 처음 발표하는 이번 앨범에는 기타/오르간 Øystein Braut와 퍼커션 Ståle Liavik Solberg 등이 연주를 더하고 있어 이전보다 탄력 있는 풍부한 사운드를 연출하게 된다. 전작들에서는 클라우트 록의 경향적 특징들을 어느 정도 전면화된 융합을 들려준다면, 이번 녹음에서는 사이키델릭 한 특징을 조금 더 강조하면서 그 안에 ATS만의 다면적인 장르적 표현들을 융합하고 있다. 마치 의도적으로 다소 여유로우면서도 몽롱하게 반복되는 규칙적인 패턴의 리듬에, 사운드 또한 이미 친숙한 레트로 풍으로 튜닝된 악기들의 조합을 활용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어디서 한 번은 들어본 듯한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이와 같은 접근은 복합적인 다면성을 지닌 ATS의 연주를 강요나 억지가 아닌 자발적인 호기심에 이끌려 듣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드럼과 베이스에 의해 연출되는 그루브 한 패턴, 펜더 로즈 특유의 몽환적인 키 플레이, 퍼지 하게 컴프레스 된 기타 등은 각각 그 자체가 고유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어, 이들이 하나의 단일 공간 속에 렌더링 되었을 때 완성되는 이미지는 마치 단순한 채도로 소용돌이치며 꿈틀거리는 다양한 색의 조합처럼 보인다. 이들의 연주는 서사와는 무관하게 각각의 곡에 할당된 고유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분할된 개별 공간 안에서 일련의 규칙성에 따라 진행되면서도, 여기에 자율적 모티브를 개방하여 쉽게 예측하기 힘든 의외성이 매력이기도 하다. 특히 긴 시간 동안 진행되는 연주는 마치 올스타 플레이어들이 모여 집단 최면 의식을 치르는 듯한 모습이라, 긴장과 정적인 흥분을 경험하게 된다. 이번 앨범은 폭풍우가 몰아치기 직전 해면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다고 하는데, 딱 그 분위기다.

 

2022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