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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lex Smalley & Lucia Adam - Patterns (Hush Hush, 2022)

 

영국 앰비언트 뮤지션 Alex Smalley와 독일에서 활동 중인 몰도바 출신 피아니스트 Lucia Adam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알렉스는 Olan Mill이라는 이름으로 독일의 앰비언트 씬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뮤지션으로, 현재 자신의 인식론적인 사고나 관심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개념을 차용하여 이를 음악으로 풀어가는 독특한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루시아는 클래식에 바탕을 둔 피아니스트이지만 즉흥 연주를 통한 상호 개입의 예를 선보이는가 하면, 다양한 장르의 음악적 교집합을 선보이는 뮤지션으로 알려진다. 이와 같은 음악적 특징을 지닌 음악가들 사이의 공동 작업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알렉스의 경우 의외로 서로 다른 음악적 유형과 관련한 협업의 예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작업은 독특한 예시 중 하나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번 앨범은 이미 초판이 이루어진 두 사람의 협업 프로젝트 Ilm의 Gaya (2019)의 재발매 형식을 취하고 있다. 기존 Fluid  Audio 레이블의 발매본은 수제작으로 완성된 패키지와 CD 형식으로 선보였다면, 이번 재발매는 단순히 단순한 리마스터링과 달리, 프로세스 과정부터 새롭게 하여 기존의 암울한 분위기를 살짝 걷어내고 전체적인 톤과 무게의 벨런스를 다시 정의하고 있으며, 마스터링 또한 스트리밍 환경에 맞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트랙 구성 또한 2곡을 제외하는 대신 새로운 1개를 추가하고 이번 앨범은 일종의 개정판이라고 봐야 합당할 듯싶다. 다만 이번 발매본에 대해 최종본으로 정의하고 있지 않아 이후 새로운 형태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기도 하다.

 

알렉스의 기존 작업이 느리면서도 긴 호흡의 밀도 있는 사운드스케이프를 중심으로 미세한 디테일을 더하는 플로우를 특징으로 한다면, 이번 협업에서는 루시아의 개입을 통해 그 흐름에 굴절과 단절을 가하는 낯선 순간들로 가득하다. 때문에 하나의 균형점으로 수렴하는 큰 웨이브에 의해 구성되었던 알렉스의 솔로 작업과는 다른 복합적인 측면들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알렉스가 루시아의 프레이즈에 다양한 방식의 반응은 물론 적극적인 대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때로는 피아노의 사운드를 중심에 두고 그 주변에 단락적인 효과와 사운드의 배열을 통해 공간을 넓게 확장하며 다면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가 하면, 플로우에 단절적 균열을 이루는 피아노의 톤도 흐름에 따른 사운드 튜닝을 통해 통합적으로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피아노의 공간이나 비중이 상대적으로는 제한적인 듯한 인상을 주지만, 루시아의 개입에 의해 알렉스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음악적인 구성 자체가 변했고, 플로우의 양식 또한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고 있어, 협업이라는 형식에 준하는 창의적인 시너지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암울함의 정서가 가득했던 초판의 무거움과 달리, 묘사적인 화려함과 은유적인 표현 또한 눈에 띄어 변화한 분위기를 쉽게 인지할 수 있으면서도, 사색의 깊이를 더하는 밀도 있는 공간만큼은 여전하여, 나름의 연속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정서의 복합적인 미묘함을 섬세하게 조율하고 있어 들을수록 매력을 더하는 앨범이다.

 

 

202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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