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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lexi Tuomarila Trio - Sphere (Edition, 2019)

 

핀란드의 재즈 피아니스트 알렉시 투오마릴라 트리오 신보. ATT의 통산 네 번째 앨범이며 전작 Kingdom (2017)을 비롯한 이전 녹음과 마찬가지로 Mats Eilertsen (b)과 Olavi Louhivuori (ds)가 함께하고 있다. 이번 앨범 또한 기존 트리오 작업에서 보여준 음악적 스탠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포스트-밥 이후 최근에 이르는 재즈의 전통적 어법을 중시하면서 동시에 유러피언 특유의 자율적 공간 개념을 활용해 ATT만의 유니크한 표현을 창조하려는 시도는 이번 앨범에서도 유효하다. 또한 이들에게 기대하는 유연한 역동성도 이번 녹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다. 이러한 동일한 특징 속에서도 이번 작업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리더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진행은 여전하지만 그 무게 중심은 균형점을 향해 조금 더 기울어진 듯한 모습이다. 기존과 같은 공간 분할에 동일한 방식의 자율성을 보여주지만, 내적 구성의 밀도감은 확실히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여기에는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작곡과 편곡에 참여하고 자신의 오리지널을 트리오의 음악에 개진할 수 있었던 과정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또한 트럼펫 연주자 Verneri Pohjola가 참여한 세 개의 트랙은 ATT의 음악이 확장 가능한 다양한 방식의 한 예를 보여준다. 어쩌면 이 대목이 이번 앨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트리오 자체의 내적 응집력이 어떤 방식으로 외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를 실천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솔로 공간을 개방해주는 단순한 방식에 머물지 않고 개성 강한 프레이즈의 역동성을 ATT의 집단적 능동으로 끊임없이 내면화하는 과정은 기존 쿼텟의 연주와는 확실히 구분되는 지점이다. 지금과 같은 트리오 연주도 물론 좋지만, 쿼텟과 같은 새로운 포맷도 기대하게 만든다.

2019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