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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lfa Mist - Variables (Anti-, 2023)

 

Alfa Mist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영국 재즈 뮤지션 및 프로듀서 Alfa Sekitoleko의 앨범.

 

학제와 전문 교육을 통해 문화의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현실 속에서 스스로의 학습만으로 창의적인 성과를 이룰 가능성에 대한, 매우 희박하지만 실천적인 해답을 AM이 제시하는 듯하다. 비단 AM뿐만이 아니더라도 서브 컬처로 지칭되는 현실 예술 혹은 문화 또한 자생성을 기반으로 고유한 특징을 이루고 있으며, 주류의 형태와도 상호 작용을 이루는가 하면, 그 자체로 상업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AM의 사례는 단순한 하위문화의 대중적 성공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기존 양식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창의적 표현을 실현하는 실천적 과정을 담고 있으며, 이제 그의 성과는 재즈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도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는 훌륭한 사례를 제공하기도 한다.

 

최근 인터뷰에서 AM은 음악을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해 스스로 익혔고, 많은 연습과 다양한 시도를 더한 끝에 자신의 스타일을 조금씩 완성하게 되었다고 밝혔는데, 이러한 정형화되지 않은 음악적 경험과 필요를 스스로 충족해 가는 유연한 사고가 음악의 확장성을 가능하게 했던 요인이 아닐까 싶다. AM의 음악적 실천은 이제 단순히 Anti- 레이블에서 자신의 음악적 성과를 발표하는 차원을 넘어, Sekito와 같은 브랜드를 활용해 주변 협력자들의 창작을 지원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제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다양한 활동과 더불어, 이번 앨범을 통해 AM이 안정적인 자기표현의 완성보다는, 확장 가능한 다양성을 모색하기 위한 시도를 보여준다는 점은, 어쩌면 필연적인 과정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재즈에 대한 AM의 유연한 접근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다양한 유형과 양식의 음악을 다루고 있으며, 특유의 감성적인 멜로디와 직관적인 그르부를 포함하면서도 풍부한 밴드 사운드를 활용해 밀도 있는 음악적 경험을 제공한다. AM을 포함 다른 뮤지션들의 개별 연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집합적인 브라스 사운드에 의해 상대화되는 듯하면서도, 자율적인 개방 공간 속에서 임프로바이징을 통한 표출을 개방하고 있으며, 이는 구조화된 진행 속에서도 나름의 사적 영역을 구축과 표현의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유연함을 완성하기도 한다. 재즈의 전통적인 브라스 세션 외에도 현악, 일렉트로닉, 비트 시퀀싱 등의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기타, 드럼, 베이스, 키보드 등의 기본 편성이 지닌 기본적인 기능은 물론, 그 에너지가 조화를 이루며 적합한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도록 공간을 관리하는 치밀함을 지니기도 한다. 특히 Jas Kayser의 드럼은 마치 시퀀싱 한 듯한 정교한 비트의 구성을 통해 개별 곡이 지닌 성격과 메시지를 구체화하면서도, AM 특유의 스타일을 집약적으로 재현하는 듯한 역할을 담당하는 듯하다. 이는 브라스 밴드 사운드와 기존 음악의 접합점에서 유기적인 융해가 가능했던 중요한 요인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힙합은 물론 R&B나 소울을 포함해 아프로 등 기존의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을 마치 ‘변수’처럼 다루며 자신의 음악적 표현의 확장을 담아내기도 한다. 여기에 재즈 오케스트레이션까지 더해지며 어느 특정 장르에 대한 지향성을 모호하게 다루면서도, 마치 음악의 범용성을 강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의도적인 기획 혹은 연출이라는 인상 대신, 기존 AM의 음악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수용이라는 느낌으로 전해지고 있어 인상적이다. 때문에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이 AM의 공간 속에 융해되어 단일한 언어의 표출처럼 전해지는 것은 물론, 각각 곡이 지닌 저마다의 개별적인 특징에도 불구하고, 앨범 자체는 균일한 흐름의 연속처럼 보이기도 한다. AM의 랩이 등장하는 트랙들은 물론 Kaya Thomas-Dyke나 Bongeziwe Mabandla의 가사와 보컬이 더해진 곡에서 전해지는 분위기는 전체적인 흐름에서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고, 오히려 앨범 전반에 걸쳐 있는 고유한 정서적 템포와 굴곡을 포용하고 있다. 특히 랩에서는 사회 현실에 대한 경험적 비판을 표출하면서도, 앨범 전체는 음악의 힘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전달하여, 메시지 관리에서의 고른 균형감을 보여준다.

 

서브 컬처의 비판적 요소를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결코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다분히 시크 한 분위기로 담아내고 있어, 속도감 있는 흐름 속에서도 사색적인 느낌을 강하게 드러낸다. 콤프레싱 된 사운드 연출로 마치 일정한 공간에 음악이 갇혀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일정한 거리에서 관조적인 청취를 유도하는 듯한 인상을 받기도 하여, 궁극에는 감상 매체로서의 가치를 완성하려는 흔적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금까지 AM이 보여준 인상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것을 그에게서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연하면서도 견고함을 지닌 이번 앨범을 통해 예고하는 듯하다.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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