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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mulets - Blooming (Flenser, 2021)

미국 오디오 및 비주얼 아티스트 Randall Taylor의 프로젝트 Amulets의 앨범. 애뮬리츠의 음악은 얼핏 듣기만 해도 기존 전자 악기를 이용해 만들어진 사운드와는 다른 독특한 텍스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실제로 그의 사운드는 말 그대로 손발이 고생해서 완성된 것으로, 카세트 릴을 가위로 오리고 붙여서 루프 테이프를 만들고 이를 기타 딜레이 페달이나 다른 이펙터에 연결해 노브로 원하는 음원을 만든 뒤 TE의 OP-1 소형 신서사이저를 이용해 샘플링하고 시퀀싱 해서 사운드와 음악을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사운드가 색다르거나 이질적인 것은 아니다. 대신 디지털 장치를 이용해 후처리 된 음색에서도 낮게 깔리는 듯한 깊은 톤과 무거운 질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애뮬리츠의 고유한 아날로그적 특성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여기에 스웰링 톤으로 튜닝된 기타 사운드는 다양한 장르적 이미지를 연출하는데, 슈게이즈는 물론 때로는 실험적인 록의 분위기를 만들며 다채로운 표현을 완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독특한 사운드들로 이루어진 음악은 순환적인 구성에 의해 서서히 빌드-업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기본적으로는 묘사적인 형식을 취하는 듯 보이지만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부단히 동력을 쌓아가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필드 리코딩은 이러한 묘사적 성격을 보여주는 동시에 내러티브의 상황을 서술하는 듯한 모습도 취하고 있어 상당히 묘한 방식의 감정 유도를 이끌고 있다. 하나의 순간이 익숙하다고 생각될 무렵 서서히 다른 분위기 속에서 이전의 낯익음을 대면하게 되고 결국에는 처음과 다른 낯섦을 마주하게 되는 치밀한 전개가 인상적이다. 이 모든 과정이 단 한순간도 과하지 않게, 무척 차분한 어조와 균일한 억양으로 설득력 있게 이루어지는 것이 애뮬리츠 음악이 지닌 매력이다. 불안이 일상화된 봄에 '만발한' 꽃을 보며 위로를 받는 듯한, 그런 앨범이다.

 

2021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