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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ndorra - Current (April, 2023)

 

덴마크 재즈 그룹 Andorra의 앨범.

 

키보드 Peter Kohlmetz Møller, 플루겔호른/트럼펫 Mads La Cour, 기타 Simon Krebs, 드럼 Nikolaj Bundvig, 베이스 Morten Jørgensen 등으로 이루어진 안도라는 Odense의 Funen Music Conservatory 출신 동문들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이미 각자의 다양한 장르와 분야에서 15년 이상의 활동 경력을 자랑하며, 나름의 성공적인 음악적 성취를 이룬 다섯 명의 뮤지션은, 감염병 사태로 인한 봉쇄를 피해 2021년 말에 모여 한 장의 프로젝트 앨범 Andorra (2021)를 녹음하게 된다. 해당 앨범이 지속적인 활동을 전제로 녹음한 것인지는 불확실하지만, 그 성과가 새로운 녹음으로 이어진 것은 청자의 입장에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북유럽 출신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재즈 퀸텟이라는 통상적인 스테레이토입과 달리 안도라가 들려준 음악은 재즈와 록의 경계점에서 레트로한 고전적 언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한 창의적인 표현을 다루고 있다. 재즈-록과 사이키델릭이라는 특장점을 다루고 있지만, 기존의 양식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통상적인 음악적 경계를 지워가는 듯한 영적 무게감을 표출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미묘함이야말로 안도라가 위치하는 독특한 음악적 지반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특히 각 멤버들이 기존 활동에서 보여준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희미하지만, 안도라 안에서 관찰할 수 있는 개별적 특징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어, 모든 뮤지션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자신의 스타일을 새롭게 정의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이번 앨범은 데뷔 작품에서 보여준 자신들만의 고유한 음악적 특징을 간직하면서도, 집합적 표현의 폭넓은 확장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듯한 대목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전작에서 재즈와 록의 절충점에서 자신들의 유니크 한 특징을 완성하려고 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진행 곳곳에 북유럽 특유의 우울한 서정을 연상하게 하는 프레이즈와 시네마틱 한 라인을 극적인 구성의 흐름 속에 배합해 보다 이전보다 풍부한 음악적 이미지를 연출하기도 한다. 흐름 속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거나 하나의 곡 안에서도 다양한 양식과 스타일을 포괄하며 음악적 입체감을 형상화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하지만 이것은 장르적 다면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안도라가 지닌 풍부한 다이내믹의 조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일련의 복합적인 흐름의 일부이며, 전체적으로는 자신들의 고유한 음악적 일관성을 지속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만큼 안도라의 음악적 표현이 유연해졌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으며, 이는 긴밀한 응집의 표출되는 방식 중 하나로 봐도 무방할 듯싶다.

 

이번 작업에서도 다분히 고전적인 양식의 재현에 충실한 비트 패턴에 볼드 한 베이스 워킹과 몽환적인 키보드가 조합을 이루며, 마치 모던한 스타일의 사이키델리아를 연상하게 하는 사운드의 집합은, 기타 및 호른과 미묘한 배음을 완성하며 안도라 특유의 공간적 분위기를 완성한다. 의도적으로 공간의 밀도를 채우기보다는 인터랙티브 한 연관 속에서 표출하는 개별 표현이 조합을 이루며 자연스럽게 집합적 에너지로 확장해 가는 과정은 상당한 몰입을 경험하게 한다. 개별 공간에서의 임프로바이징은 전체 연주 속에서 구조화된 양식으로 자연스러운 상호 견인을 이루며, 인터랙티브 한 연관 속에서 보다 확장된 모티브를 이어가기도 한다. 개별 라인의 자율적 플로우를 매시브 한 집합적 사운드로 통합하는 강한 내적 응집력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발산하는 자연스러운 텐션과 조화는 절묘한 균형점에 수렴하며 안도라 특유의 음악적 밀도를 완성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전에 비해 한층 여유롭고 안정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점에서, 짧은 기간 동안 안도라가 이룬 음악적 긴밀함을 엿볼 수 있다.

 

라이브 녹음을 제외한 단 두 장의 정규 작업만으로도 자신들이 지닌 고유한 음악적 스타일을 확실하게 각인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앨범임은 분명하다. 개별 공간이 지닌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하면서, 동시에 안도라 특유의 집합적 사운드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으며, 그 내용이 지닌 독창성은 다른 어디에서도 쉽게 경험하기 힘든 몰입을 제공한다. 안도라의 다음 작업을 기대할, 충분한 이유를 제공하는 앨범이다.

 

 

20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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