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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ndrew Moorhead - Interleaved (OA2, 2023)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Andrew Moorhead의 트리오 앨범.

 

앤드류의 이력은 매우 독특하다. 오스틴 텍사스 대학에서 물리학과 피아노를 전공했고, 수학 박사 학위를 소유했으며, 여러 대학을 거쳐 현재 독일에서 강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이번 앨범은 앤드류의 단순한 취미 생활처럼 비칠 수도 있지만, 오스틴 시절 재즈와 R&B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에 걸쳐 전문적인 활동을 펼쳤던 뮤지션이었으며, 수학 학위 취득을 위해 콜로라도 볼더로 이주한 덴버 시절에도 현지 재즈 씬에서 활발한 공연을 펼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1년 불의의 추락사고로 양쪽 발과 오른쪽 손이 마비되는 척추 손상을 입으면서, 음악계를 떠라 학문 연구에만 전념하는 듯 보였지만, 피아노 대신 전자 음악을 통해 관심을 확장했고, 오랜 재활과 치유 끝에 이번 앨범을 녹음하게 된다.

 

앤드류의 데뷔 앨범에는 베이스 Marcos Varela와 드럼 Ari Hoenig 등이 모여 옛 동료의 음악적 재기를 함께 응원하고 있다. 전통적인 피아노 트리오의 형식을 취하고 있고, 현대적 양식의 전통에 기반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두 개의 스탠더드를 제외하면 모두 앤드류의 오리지널로 채워져 있으며, 지금까지의 음악적 관심사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첫 번째와 마지막 트랙은 직접 프로그래밍한 신서사이저 연주를 수록하고 있다.

 

일렉트로닉 연주는 기본적인 몇 가지 유형의 펄스를 기반으로 폭과 높이 혹은 피치 등은 물론 위상과 팬 등의 다양한 변화를 통해, 중첩된 파형의 개별적 플로우를 보여주고 있다. 비교적 단순한 구성이지만 소소한 변화를 통해 연출하는 이미지는 나름 섬세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간이 유동적으로 변하는 과정 또한 재미있다. 현대 전자음악의 관점에서는 고전적인 표현에 근거한 다분히 통상적인 연주임에도, 전자 신호의 변화와 움직임이 그의 피아노 연주와 무척 닮았다는 점은 흥미롭다. 트리오 연주에서 일렉트로닉이 직접 개입하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른손과 왼손의 미세한 템포의 차이를 통해 연출하는 입체적인 공간의 분위기나, 양손의 기능적 역할을 달리하며 보여주는 위상의 변화 등은, 일렉트로닉 음악에서 보여준 펄스의 움직임과 유사한 특징을 공유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흥미로운 두 개의 트랙을 제외한, 그 사이에 있는 나머지 피아노 트리오 연주는 전자 음향이나 그 효과를 배제한 전통적인 양식을 따르고 있다.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에서도 최근의 경향적 특징에 비교적 충실하면서도, 스타일 면에서는 다양성을 지향하고 있어 앤드류의 폭넓은 음악적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앤드류의 오리지널은 모던한 양식을 기반으로 하는 반면, “Someday My Prince Will Come”이나 “The Days of Wine and Roses”에서는 다분히 오소독스 한 공간 활용과 연주 방식을 보여주고 있어, 전통과 현대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담아내고 있다. 자신의 오리저널은 피아노를 중심에 둔 플로우에 기반하고 있으며, 멜로디가 지닌 탐미적 흐름을 지속하면서도, 구조화된 공간의 변화에 따른 유연성도 포함하고 있다. 킥의 사용을 제한하여 베이스와의 중첩을 피하는 대신, 다른 드럼 파트의 능동적 활용을 유도하여 퍼커시브 한 이미지를 폭넓게 구사하고 있으며, 피아노와 베이스 사이의 다양한 유형의 프레이즈를 구사하며 테마와 멜로디의 구성을 치밀하게 완성하고 있다. 그 연관은 무척 긴밀하고 능동적이며, 섬세한 벨로시티의 변화에도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연주의 의도를 섬세하게 재현한다. 그 과정은 과감하면서도 트리오가 지닌 폭넓은 다이내믹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균형감을 보여준다는 점은 무척 인상적이다.

 

수학적 사고의 엄밀함이 음악적 경직성으로 표현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앨범을 듣기 시작했지만, 특별한 변수의 활용 없이도 구조화된 양식적 틀을 이용해 풍부한 역동성을 안정적으로 담아내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치밀함이 유연함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며, 균형이 긴장을 배제하는 것이 아님을, 음악적인 검증을 통해 보여주는 앨범이다.

 

 

2023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