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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ndy Herrmann - Sincerity (Unit, 2023)

 

스위스에서 활동 중인 독일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Andy Herrmann의 쿼텟 앨범.

 

10대 시절부터 다양한 밴드에서 연주를 시작한 앤디는 1980년대 말 Swiss Jazz School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동안에도 미국과 유럽의 유명 뮤지션들의 무대에 오를 만큼 일찌감치 안정적인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 Freiburg College of Music에서 클래식 작곡 과정을 수료한 이후에도 자신의 오리지널을 바탕에 둔 재즈 트리오에 전념하며 최근까지도 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앤디는 트리오 외에도 기타 Norbert Scholly, 베이스 Arne Huber, 드럼 Fabian Rösch과 함께 The Child in Me (2017) 쿼텟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앨범은 단순히 트리오에 기타를 더한 형식적 확장을 넘어서, 기타와 피아노의 프런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음악적 관계를 풀어가는 유기적 조합의 모범을 보여주며 대중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게 된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반영한 아기자기한 테마들이 펼쳐지고 있지만, 내부의 엄격함을 바탕에 두고 있어, 앤디 특유의 진지한 음악적 접근을 여전히 유지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 또한 전작과 같은 기타 쿼텟 녹음을 담고 있지만, 기타 Mike Moreno, 베이스 Arne Huber, 드럼 Jochen Rückert 등 완전히 새로운 라인-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멤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쿼텟 구성의 엄격함과 테마의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며 펼치는 안정적인 연주는 이전과 다를 바 없으며, 앨범의 테마에 걸맞게 작곡가의 감정이나 생각 등에 충실한 다양한 곡들을 안정적으로 들려준다는 점에서도, 기존 쿼텟의 연장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앤디의 작곡과 연주가 전통적인 스텐스에 기반하면서도 유러피언 특유의 정서적 분위기를 담은 테마와 멜로디를 활용하여 자신만의 투명한 색감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이번 쿼텟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엄격함을 바탕에 둔 규범적인 진행과 공간 운영에도, 경쾌하면서도 세련미를 지닌 투명한 색감은 이번 작업에서도 큰 매력으로 전해진다. 기타와 피아노의 프런트를 중심으로 유기적 조합을 통해 완성하는 미적 표현은, 다양한 조합과 접근을 통해 듣는 이에게 풍부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감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테마에서 피아노의 왼손과 기타의 유니즌 프레이즈는 물론, 정교한 톤 사운드 조율로 깊이 있는 배음을 연출하며, 곡을 처음 듣는 순간부터 강한 몰입을 이끌어내고, 이후 안정적인 톤으로 이어지는 임프로바이징 또한 화려함보다 정갈함을 강조하고 있어, 균일한 공간적 밀도로 지속하는 안정적인 진행 또한 인상적이다. 모든 연주는 곡의 의도에 의해 통제된 자율성을 보여주고 있어 다분히 기능적인 역할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공간의 탄력과 텐션을 연출하는 베이스와 드럼은 서정성과 역동성이 균형적 조화를 이루는 데 분명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구성원들 각자 뛰어난 기량을 지닌 테크니션임에도, 개인적인 기교나 표현을 앞세우기보다는 안정적인 조화와 균형 속에서의 미세한 텐션을 적절히 표출하고 있어, 일상적 표현의 정교함이 지닌 아름다움과 그 힘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듯하다. 세련미를 담은 음악적 엄격함이 전하는, 경쾌하면서도 편안한 몰입을 경험할 수 있는 투명한 앨범이다.

 

 

2023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