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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ndy Sheppard Quartet - Romaria (ECM, 2018)


영국 출신 색소폰 연주자 앤디 쉐퍼드의 쿼텟 신보. 쉐퍼드는 Carla Bley의 작업에 참여하여 ECM은 물론 계열 브랜드 WATT를 통해 1980년대 말부터 레이블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2009년에는 자신의 타이틀을 발매하면서 음반사의 비중 있는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Michel Benita (b)와 Sebastian Rochford (ds) 등과 트리오로 발매한 Trio Libero (2012)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확장하기 위해, 쉐퍼드의 첫 ECM 타이틀 Movements in Colour (2009)에 함께 했던 기타리스트 Eivind Aarset을 참여시켜 Surrounded by Sea (2015)를 녹음한다. 이번 앨범은 전작에 이어 같은 멤버들이 참여한 두 번째 쿼텟 작업으로, 두 음반은 서로 연작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동일한 스타일과 콘셉트를 공유하고 있다. 기타의 경우 특별한 예외가 아니면 자신의 영역을 구성하지는 않지만 전체의 공간을 아우르는 드론 이펙트와 같은 사운드 스케이프를 제공하며 쿼텟 특유의 부유하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공간을 강조하지 않음으로 인해 오히려 쿼텟에는 더 유연한 공간 구성의 가능성을 개방함과 동시에 보다 섬세한 임프로바이징의 계기들을 보장하고 치밀한 진행의 개연성을 가능하게 한다. 드럼과 베이스의 공간은 서로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상대의 리듬 속에서 각자 자신들의 이미지를 묘사하며 곡의 디테일과 분위기를 완성하게 된다. 쿼텟 전체적으로는 넓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지만 모든 구석을 채우기보다는 침묵의 여지를 개방한다. 이렇게 완성된 특유의 몽환적인 사운드는 여전히 인상적이다. 그 어떤 악기의 소리도 침묵을 압도하지 않지만 이미 그 자체가 완벽한 하모니를 완성하고 있으며 잔향만으로도 아름다운 음악을 이루고 있다. 어느 한순간도 스스로를 과장하지 않는 절제된 표현을 유지하지만 그 자체로 자신들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은 또 없을 것이다. 브라질 내륙에 위치한 지방도시 "Romaria"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웠어도 커버 아트가 암시하는 '바다에 둘러싸여 있는' 듯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2018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