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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nne Quillier 6tet - Daybreak (Pince-Oreilles, 2015)


프랑스 출신 여성 피아니스트 안느 퀼리에가 주축이 된 6인조 그룹의 신보. 피아니스트와 그룹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단지 이번 앨범 한 장만으로 이들에 대한 인상을 적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음악의 집약적 성격과 그 구성에서의 모던한 감각은 기존 어느 유명 그룹이나 뮤지션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 이들의 음악은 정교함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대신 그 빈 공간을 자율적인 리듬과 창의적인 프레이즈로 채워가고 있고, 진행과정에서 응집되는 긴장들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방식들로 자신들의 음악적 특징을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다. 드럼/베이스의 리듬 파트와 더불어 트럼펫, 클라리넷, 색소폰 등의 관악으로 이루어진 이들의 음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존의 전통적인 오소독스한 스타일이나 문법과 유사하면서도 그 구체적 표현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다. 60년대 말 포스트-밥 이후 꾸준히 진행되었던 다양한 음악적 실험과 그 내용들을, 엄격한 재즈적인 언어의 범주 안에서 현대적인 표현들로 재구성하려는 나름의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음악이 북미적인 틀에서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연주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이나 진행 과정에서 그 공간을 활용하고 전개하는 방식은 다분히 유럽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유연함 그 자체가 하나의 엄격한 규칙이 되기도 하며, 개별 연주자들잉 점하는 등위의 자율적 공간이 다양한 형식의 프레이즈를 강제하는 접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때문에 이들의 음악에서는 시공을 아우르는 총체성이 관찰되며, 그 모든 것을 집약시키는 음악적 에너지 또한 넘치고 있다. 간만에 접하게된 흥분되면서도 기분 좋은 발견이다.


2015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