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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nnelie - Hertz (Masterworks, 2021)

네덜란드 피아니스트 Annelie의 앨범. 데뷔작 After Midnight (2018)에 이은 두 번째 풀-타임 리코딩이다. 전작은 오랜 시간 동안 퍼즐을 맞추듯 이어진 하나의 스토리 라인을 염두에 둔 구성을 보여줬다면 이번 앨범은 더욱 자유로운 직관적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개별 트랙의 타이틀이 암시하는 표제적 성격을 강하게 반영하며, 그 주제를 암시하는 짧고 강한 테마 라인을 사용하여 곡의 진행을 펼치고 있다. Utrecht's TivoliVredenburg 공연장 내 Hertz 콘서트홀에서 녹음했지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그랜드가 아닌 업라이트를 이용하고 있다. 아넬리에의 설명에 따르면 곡들은 이사와 결혼 등 개인사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긴장의 해소와 편안함을 찾기 위한 자신만의 방식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업라이트의 펠트 한 사운드와 건반과 페달 등의 메카니컬 사운드까지 반영한 녹음은 일상성을 강조하기 위한 음악적 선택임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트랙 종결부를 끝내고 키 커버를 내리는 사운드까지 녹음에 담음으로써 앨범 속 이야기를 끝마치는 방식은 콘서트홀에서의 녹음이라는 배경과는 다른 음악적 연출이기도 하다. 몇 개의 짧은 코드의 진행을 중심으로 진행을 구성하는가 하면 대위적 화성에 기반한 멜로디 라인을 펼치는 등 특별한 음악적 패턴을 고려하기보다는 개별 곡의 테마에 적합한 방식을 다양하게 선보이기도 한다. 전체적으로는 피아노가 중심을 이루지만 일렉트로닉을 이용한 사운드 스케이프로 묘사적 특징을 강조하는 등 그 스타일을 통해서도 정서의 여러 층위를 표출하기도 한다. 물론 아넬리에가 선사하는 편안한 분위기는 듣는 동안 우리에게 위안과 정서적 공감을 제공해 준다. 이 점이 이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이다.

 

2021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