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Arda Leen - Sea Tales (self-released, 2021)

스페인 전자음악가 Arda Leen의 미니 앨범. 여섯 트랙 30여 분 분량의 이 EP에는 아르다가 지금까지 표방해온 음악적 특징들이 잘 녹아들어 있다. 본인 스스로 '고요한 순간과 비 오는 날을 위한 음악'이라고 소개하고 있듯이 특정한 TPO에 어울리는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꼭 그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정서적으로 휴식과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요소도 다분하다.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어쿠스틱에 가까운 소박한 음향에, 화려한 배음보다는 꾸밈없는 단순한 사운드를 이용한 레이어링으로 자신이 언급한 상황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악기의 사운드는 선명함이나 명징함과는 거리를 둔 팰트 한 느낌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업라이트 사운드의 피아노는 일상성에 대한 묘사와 적절한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따라서 그 속도 또한 일상의 보폭에서 벗어나지 않는 차분한 BPM을 유지하고 있으며, 비트를 활용하더라도 드럼이 전면에 나오지 않고 낮게 배경처럼 깔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고르고 균일한 음악적 텍스쳐를 유지하고 있다. 종종 빗소리나 파도와 같은 필드 리코딩을 이용해 묘사적 특징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차분한 분위기와 소박한 음악적 톤은 정서적 개입을 가능하게 해 준다. 때문에 조금은 차갑고 때로는 관조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인 위로를 전해주는 느낌이 강하게 들뿐만 아니라, 마치 음악과 더불어 바닷가나 비 오는 해변을 걷는 듯한 공감각적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따듯한 위로의 말 한마디는 없어도 그냥 옆에 같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을 수 있듯이, 이 앨범은 그와 같은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듯하다.

 

20210506

 

 

 

related with Arda Leen

- Various Artists - Vessels IX (Future Astronauts,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