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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rrowounds - In the Octopus Pond (Lost Tribe Sound, 2023)

 

미국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Ryan S Chamberlain의 앰비언트 프로젝트 Arrowounds의 앨범.

 

라이언은 2000년대 초부터, 둠, 슬러지, 노이즈, 포스트-록 등의 다양한 특징을 혼합한 메탈 밴드 Lions Of Tsavo의 기타리스트와 보컬로 활동했으며, 그룹의 잠정적인 해체를 전후한 2010년대 말부터 Arrowounds라는 활동명으로 자신만의 음악적 지평을 개척하기 시작한다. 복합적인 요소를 다룬 밴드 활동의 경험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라이언의 개인 작업 또한 포스트-펑크,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슈게이즈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포괄한다고 밝히는데, 듣는 이의 취향과 경험에 따라 그보다 더 많은 특징을 목격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라이언의 솔로 프로젝트가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의 전체 질량이 전하는 느낌에서는 혼종이나 절충이 아닌, 마치 그 자체로 애로우라운즈의 고유한 특징처럼 전해진다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동시에 앨범마다 나름의 고유한 성격과 콘셉트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각각의 작업 안에서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은 유연한 융합을 통해 음악적 특징을 명료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그만큼 앨범의 성격에 따라 라이언이 활용할 수 있는 음악적 요소는 풍부하고, 그의 음악이 어느 특정한 장르로 정의되지는 않더라도, 다양한 경향적 특징이 융합을 이루는 언어의 총체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매력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은 Therianthrope Series로 명명한 애로우라운즈의 4부작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으로, 내면의 정서나 현재 상황과 관련한 주제를 담은 지난 작업과 달리, 문어라는 물속 생명체와 관련한 SF적이면서도 신화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가상적인 상상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음악적인 내러티브와 관련한 일련의 흐름을 구성하고 있으며, 그 안에 개별 곡의 특징과 더불어 소재가 지닌 독특한 묘사적 표현도 구체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넓은 개방감보다는 포화한 밀도 속에서 사운드를 배열하고 있어, 마치 물을 매질로 소리가 전달되는 듯한 효과를 활용하고 있다. 기타 이펙터의 독특한 하울링은 마치 수중에서 소리가 굴절하며 다가오는 듯한 느낌으로 연출하기도 하고, 베이스와 같은 특징적인 몇 개의 음향 또한 이러한 공간적 특성에 알맞은 리버브를 적용해 세밀한 묘사적 표현을 담아내는가 하면, 때로는 그 공간을 뚫고 뻗어 나오는 듯한 사운드와 효과를 통해 입체감을 담아내기도 한다. 묘사적 상징성을 지닌 사운드의 활용이 눈에 들어오는데, 새롭게 디자인한 음향보다는 기존의 익숙한 악기의 특성을 일련의 규칙적 흐름 속에 배열해 완성한 라인을 통해 은유적이면서도 몰입적인 표현을 완성한다.

 

극적인 변화의 유도보다는 지속적인 흐름 속에서 요소들 사이의 다변화하는 관계를 포착하고, 기존 소스들의 밀도나 부피의 변화를 통해 공간 전체의 음압을 채워가는 등의 전략으로, 내밀함을 구축하고 해소하는 일련의 플로우를 보여준다. 하나의 일관된 테마로 긴 호흡의 연속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하나의 트랙 안에 관계의 다양성과 그 변화를 포착하는 복합적인 플로우를 통해 주제를 표현하기도 하는 유연성을 지니고 있다. 앨범 전체는 묘사적인 일련의 연속성을 지닌 흐름을 이어가며 그 자체로 하나의 음악적 내러티브를 완성한다. 각각의 트랙마다 다양한 장르적 표현 고유의 특징을 전면에 부각하고 있으며, 곡의 특성에 알맞은 진행 형식을 보여준다. 그 안에서도 베이스나 드럼을 이용한 리듬의 플로우와 같은 장치적 요소를 활용해 균일한 정서적 질감을 지속하기도 하고, 패턴화 되지는 않았더라도 일련의 반복적 규칙성을 연출하는 다양한 흐름을 이용해 독특한 그루브를 형상화하며, 앨범 고유의 지속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사이키델릭 한 몽환과 관조적인 슈게이즈가 조화를 이루는가 하면, 때로는 스토리 텔링을 이끄는 멜로디의 리드를 통해 프로그레시브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고, 필드 리코딩과 사운드스케이프를 통해 앰비언트적인 묘사적 표현의 완성도 함께 포함하는 복합성이 융합을 이룬다. 다분히 기존의 익숙한 표현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독특한 조합과 배열을 통해 하나의 고유한 음악적 캐릭터처럼 완성한다. 4부작 시리즈 전체에 대한 기대를 할 만한, 좋은 출발을 알리는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3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