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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rve Henriksen - Towards Language (Rune Grammofon, 2017)


노르웨이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 아르베 헨릭센의 루네 그라모폰 신보. 통산 아홉 번째 솔로 앨범이기도 한 이번 레코딩은 여러 측면에서 개인적인 관심을 끈다. 최근 ECM에서 Trio Mediaeval과 함께 발표한 Rimur (2017)라는 예상 외의 독특한 결과물 직후 발매된 앨범이라 그 내용이 궁금했고, Cosmic Creation (2014) 이후 3년 만에 다시 RG에서 자신의 디스코그라피를 이어갔다는 점 역시 흥미로웠다. 이번 앨범은 10년 넘는 시간 동안 헨릭센과 꾸준한 음악적 교류를 이어온 Eivind Aarset (g), Jan Bang (samp, prog), Erik Honoré (synth, prod) 등이 온전한 자신들만의 언어들로 공통의 음악적 합의를 만드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오노레는 일부 트렉에서 연주자로 참여하는 동시에 앨범 전체의 프로듀싱을 맡았고, 아레스트와 뱅은 헨릭센과 함께 전곡에 걸쳐 연주와 공동 작곡을 담당하고 있어 이번 앨범은 집단 협업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참여 뮤지션들의 모든 음악적 지향은 온전히 헨릭센의 사운드에 집중되고 있다. 트럼펫이 독백에 가까운 신중한 프레이즈를 내쉴 때에는 직접적인 반응보다는 마치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한 리액션을 취하고, 헨릭센의 여백과 침묵 속에도 그 공간에 음악적 의미 암시하는 듯한 소소한 첨언이 부연된다.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헨릭센이 예전에 선보였던 음악들에 비해 멜로디의 라인이나 곡의 진행에서 드러나는 서술적인 특징들 보다는 압축적인 테마와 이를 근거로 하는 묘사적인 진행이 두드러진다. 신중한 호흡들이 만드는 프레이즈는 그 자체의 효과에 집중하면서 사운드스케이프에 대한 세밀한 묘사를 이어간다. 때문에 다분히 앰비언트적인 느낌들을 강하게 주고 있으며, 실제로 각각의 뮤지션들은 소리 그 자체가 만드는 공명에 서로 귀 기울임으로써 전체적인 음악적 합의에 접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들에게 있어 언어를 향한다는 것(towards language)은 결국 음악에 접근하는 자신들의 태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2017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