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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spenfire - Aspenfire (Valley View, 2023)

 

Dear Gravity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미국 작곡가 겸 프로듀서 Mike Graff와 스웨덴 뮤지션 Jakob Ahlbom의 듀오 프로젝트 Aspenfire의 앨범.

 

마이크와 야콥은 2010년대 말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각기 다른 장르적 배경을 지니고 있지만, 음향에 대한 탐색적인 자세와 앰비언트 및 모던 클래시컬의 특징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사색적인 분위기를 공유하는 AF를 결성하게 된다. 섬세한 사운드스케이프와 기악적인 라인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지금까지 두 사람이 단편적으로 선보였던 공통의 특징은 물론, 각자의 음악적 개성을 유기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AF의 첫 앨범인 이번 작업은, 앰비언트적인 공간 속에 기악적 사운드를 활용한 인상적인 멜로디 라인을 특징으로 한다. 사운드스케이프 그 자체의 플로우가 만들어 내는 차갑고 신비로운 분위기만으로도 평온한 몰입을 경험할 수 있지만, 그 위에 다양한 주변적인 효과와 더불어 인상적인 멜로디가 더해지며 AF만의 고유한 사색적 서정을 완성하기도 한다. 비교적 서로 균일한 특성을 지닌 사운드와 텍스처의 중첩을 통해 완성한 사운드스케이프는 마치 고요한 구름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한 평온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이질적인 요소의 개입을 배제한 균일한 플로우를 지속하고 있어, 이를 통해 연출하는 투명함은 시적이며, 그 자체만으로도 풍부한 음향적 스펙트럼을 제공하기도 한다.

 

멜로디 라인은 이와 같은 사운드스케이프 위에 조심스럽게 사적 정서나 이야기를 더하는 듯한 섬세함을 특징으로 한다. 때로는 미니멀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형식적 구성으로부터 자유로운, 마치 직관에 의지해 소박한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로 친숙한 연주 악기 계열의 소스를 활용하고 있으며, 그 표현 또한 모던 클래시컬이나 포스트-록 등과 같은 정서적 분위기를 미묘하게 내포하고 있어, 정서적인 친밀감을 공유하기도 한다. 극적인 변화보다는 사운드스케이프와의 안정적인 대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 구성 또한 전경과 배경의 단순한 구획보다는 긴밀한 유기성을 전제로 하고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는 무척 평온하다.

 

일렉트로닉의 요소와 기악적 특징을 지닌 사운드는, 각자의 캐릭터를 부각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대신, 상호 간의 유기성을 기반으로 하는 긴밀함을 특징으로 하고 있어, 자연스러운 조화를 연출한다. 이는 마치 마이크와 야콥 사이의 협업을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며, 실제로 이와 같은 사운드를 활용한 구성과 형식 또한 일련의 구조화된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어, 두 사람의 음악적 관계를 구체화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각각의 트랙마다 미묘한 사운드의 변화와 표제적 테마를 기반으로 하는 정서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어, 지루함이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으며, 오히려 자연스러운 몰입을 유도하고 있어 매력적이다.

 

앨범은 AF의 오리지널에 대한 Stilhed와 Lauge의 재구성 작업도 포함하고 있는데, 새로운 언어적 확장적 표현을 더한다기보다는 각 아티스트들의 개별적 색감을 첨언하는 소박하면서도 인상적인 방식을 보여주고 있어, 그 자체로도 확대된 협업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하여 흥미롭다. 평온함이 전하는 사색적인 몰입이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3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