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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ill Frisell & Thomas Morgan - Small Town (ECM, 2017)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과 베이스 연주자 토마스 모건의 ECM 신보. 이 앨범은 뉴욕 Village Vanguard에서의 듀엣 라이브 중 일부를 수록한 것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전해지며 최근에는 고인이 된 Paul Motian의 마지막 세션으로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이번 레코딩은 두 사람이 평소 보여줬던 음악적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익숙함을 가장 큰 미덕으로 하고 있다. 친숙한 톤의 프레이즈와 예측의 범위 내에서 전개되는 진행 등은 이들의 음악에서 기대했던 일상성을 범위로 하고 있다. 대신 이들은 듀엣 라이브라는 조건 속에서 평소 자주 다루었던 레퍼토리들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완성할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마치 하나의 텍스트를 두고 독해와 주석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듯한 모습으로 듀엣이라는 포멧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베이스의 고전적인 역할을 넘어선 능동적 대응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음악적 진행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과 경험으로 축적된 상호이해가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만드는 인터플레이의 공간은 집요할 만큼 안정적이다. 이러한 안정성은 다양한 분위기의 레파토리들 속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된다. 첫 곡은 폴 모션의 오리지널인 "It Should Have Happened a Long Time Ago"으로 1985년도에 발매된 동명의 앨범 타이틀에 처음 수록된 곡이다. 이 앨범에도 참여했던 프리셀은 이번 듀엣 연주에서 전체적인 구성을 추상화하는 대신 기본적인 모티브의 디테일을 압축적으로 표현하여 원곡이 지닌 에소테릭한 분위기를 독특하게 재현하는 방식으로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있다. "Subconscious Lee"에서는 원곡자인 Lee Konitz에게, "Song for Andrew No. 1"에서는 Andrew Cyrille에 대한 음악적 헌정을 담고 있다. 단 한 순간도 과하지 않은 모든 것이 적당한 앨범이다.

 

2017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