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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lack Hill & Cousin Silas - Roaming In Teesdale (self-released, 2017)


쿠쟁 실라스와 블랙 힐의 두 번째 컬래버레이션 앨범. 쿠쟁 실라스는 영국 출신 소설가이자 전자 음악가 David Hughes의 무대 활동명이며 블랙 힐은 헝가리 출신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István Csarnogurszky의 솔로 프로젝트 이름이다. 쿠쟁 실라스는 2000년대 초부터 자신의 SF소설을 모티브로한 음악활동을 이어왔다면 블랙 힐은 2~3년 전부터 주로 다른 뮤지션들과의 컬래버레이션 작업들을 통해 주목을 끌기 시작한다. 그 중 대표적인 앨범이 Bridges of the South (2015)로 쿠뱅 실라스와 블랙 힐의 첫 번째 협업작이다. 전작의 경우 한 곡을 제외하면 협연이 아닌 각각의 트랙을 서로 나누어 각자의 연주를 담고 있는 협업 앨범으로 이번 신보 역시 그 성격을 같이 한다. 일렉트로닉과 드론을 기반으로 한 쿠쟁 실라스와 기타 연주를 베이스로 한 포스트-록 취향의 블랙 힐은 서로 상이한 음악적 장르에 기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두 뮤지션은 앰비언트적인 요소들(폭넓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을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체화하여 서로 유사한 사운드 그레인과 텍스쳐를 맞춰가고 있다. 때문에 서로 하나의 트랙을 번갈아가며 연주하는 과정에서는 색감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단일한 콘트라스트와 채도를 유지하고 있어 이질적인 느낌은 그리 크지 않다. 블랙 힐은 어쿠스틱과 일렉 기타를 이용해 압축적인 테마를 전개하고 변주의 모멘텀을 미니멀하게 가져감으로써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쿠쟁 실라스 역시 앰플리파잉이 거의 없는 균일한 진폭을 유지하며 사운드의 결을 가다듬고 있다. 마치 블랙 힐이 구체적인 묘사로 분위기를 완성하면 쿠뱅 실라스는 추상적인 사운드 스케이프를 이어가는 반복적 과정으로 앨범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이번 앨범의 커버 역시 Release The Long Ships라는 프로젝트로 활동 중인 뮤지션이자 일러스트 작가인 Ferenc Kapille가 담당하고 있는데, 신비한 성인 판타지를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은 이번 앨범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차분하기 때문에 오히려 긴장감이 감도는 역설적인 앨범이다.

 

2017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