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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lue Cranes - My Only Secret (Jealous Butcher, 2023)

 

미국 5인조 재즈 그룹 Blue Cranes의 앨범.

 

2000년대 초반부터 다양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던 중, 2007년 알토 색소폰 Reed Wallsmith, 테너 Joe Cunningham, 키보드 Rebecca Sanborn, 베이스 Keith Brush, 드럼 Ji Tanzer 등이 모여 BC를 결성했고, 10여 년 전 베이스 자리를 Jon Shaw가 대신한 것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꾸준히 그룹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통적인 재즈 퀸텟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이들이 지향하는 사운드는 새로운 시대와 흐름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주변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진행하며, 그 결과를 자신들의 작품에 담아내기도 한다. 작곡을 통해 여러 장르적 요소와 특징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이들의 작업은 재즈를 기반으로 하는 표현의 확장성에 기반하고 있어, BC의 음악은 전통을 새롭게 갱신하는 다양한 접점 중 인상적인 지점에 위치한다.

 

이번 앨범 또한 이와 같은 BC의 특징을 매력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퀸텟을 기반으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부 트랙에서는 트롬본 James Powers, 플루트 John Savage, 클라리넷 Nicole McCabe, 기타 Timothy Young 등이 함께 참여해 사운드와 표현의 확장을 위한 접근을 담아내기도 한다. 두 명의 프런트 멤버가 번갈아 완성한 작곡은 나름의 방식으로 다양한 요소적 특징을 반영하며 때로는 실험적인 스케일과 구성을 선보이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곡들 역시 밴드의 구성과 성격에 알맞은 편곡을 통해 온전한 BC의 음악으로 집약하게 된다. 협연자들과 함께한 연주 또한, 기본 BC의 공간에 게스트들이 더해지는 단순한 과정이 아닌, 이미 작곡 과정에서 그들의 공간을 염두에 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녹음 역시 위상 배열을 통해 그들이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을 보여주고 있어, 모든 것이 온전한 BC의 사운드에 통합되는 일체감 있는 음악적 재현을 보여준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프런트를 담당하는 두 색소폰이 이루는 음악적 합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관악기들을 중심으로 만들어 내는 다양한 유형의 프레이즈는 인상적인 하모니를 지닌 테마를 완성하며 곡이 지닌 전체적인 특징을 집약적으로 부각하는가 하면, 프런트의 인과적인 관계는 이후 임프로바이징의 영역에서도 각자의 라인을 중첩하며 연주의 밀도를 축적하는 과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서로 다른 톤과 음역대의 조합으로 완성한 프레이즈만으로도 긴장과 이완의 다양한 정서적 반응을 직관적으로 연출하기도 하며, 때로는 두 색소폰의 좌우 패닝이 센터에 무게감을 부여해 게스트가 참여한 테마를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하기도 한다.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활용한 공간에서는, 그 과정이 마치 하나의 집합적인 연주를 연상하게 할 만큼 각 라인이 지닌 표현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음악적 플로우에 기반하는 구조적인 인과성에 충실하며, 이는 이후에 이어지는 극적 전개의 개연성을 보다 설득력 있게 구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구조적인 정합성을 역동적 표현으로 완성하는 과정에서 베이스나 드럼의 인터랙티브한 개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듣는 순간 쉽게 인식할 수 있을 만큼 무척 인상적이다. 특히 키보드는 각 곡이 지닌 구성의 특징을 공간적 묘사를 통해 보다 극대화하는 역할을 보여주는데, 균일한 특징을 지닌 사운드 대신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해 곡의 뉘앙스와 감정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한다. 오랜 시간 함께 구축한 BC의 내밀한 통합적인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으며, 오늘날의 조건 속에서 자신들의 음악이 스스로 갱신할 수 있는 진지한 노력을 담고 있는 앨범이다.

 

 

2023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