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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obo Stenson Trio - Sphere (ECM, 2023)

 

스웨덴 재즈 피아니스트 Bobo Stenson의 트리오 앨범.

 

1944년생인 보보는 음악적으로 관대한 집안 환경에서 태어나 15년 동안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Werner Wolf Glaser에게서 클래식 피아노 교육을 받았고, 전문 연주자의 길을 걷기 위해 대학교육을 그만두고 1960년대 중반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Stan Getz, Sonny Rollins, Gary Burton 등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투어 멤버로 참여했고, Jan Garbarek의 Sart (1971) 녹음에 참여하면서 ECM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된다. 곧이어 보보는 얀의 앨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베이스 Arild Andersen 및 드럼 Jon Christensen과 함께 Underwear (1971)를 녹음하는데, 이는 레이블의 데뷔작인 동시에, 피아노 트리오로 완성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1970-80년대는 얀을 비롯해 Rena Rama의 녹음에 다수 참여하며, 주로 개인 활동보다는 동료 뮤지션과의 협업에 많은 비중을 보여주는 듯했지만, 이 과정에서 드러머 욘과의 지속적인 협력이 이루어졌으며, 베이스 Anders Jormin을 만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1993년 욘과 안드레스와 함께 녹음한 Reflections (1996)를 통해 피아노 트리오를 재개한 보보는 이후 이들과 함께 War Orphans (1998), Serenity (2000) 등을 연이어 선보였고, Goodbye (2005)에서는 욘 대신 Paul Motian이 참여한 녹음을 발표한다. 이후 Jon Fält가 새 드러머로 합류하고, 새로운 라인-업으로 완성한 Cantando (2008)를 발표하게 되는데, 이는 Indicum (2012)와 Contra la Indecisión (2018)로 이어지는 BST의 새로운 순환을 알리는 계기가 된다.

 

5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이번 트리오 앨범은, 20년 가까이 함께 호흡을 맞춰온 세 명의 뮤지션들이 지금까지 전해준 음악적 색채를 더욱 은은하고 깊이 있게 담아내고 있다. BST 특유의 공간 활용은 물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독특한 협업의 과정은 물론, 그 어떤 음악적 양식조차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언어로 재구성하는 놀라운 창의성을 보여준다. 9개의 곡 중 안드레스의 곡 2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기존 클래식, 민속, 재즈 등의 작곡을 재구성하고 있는데, 모든 연주 속에서 트리오는 이를 마치 자신들의 오리지널로 만들어버리는 창의적 해석을 재현하고 있다. 원곡은 집약적이면서도 은유적인 표현을 통해 해체되고, BST 특유의 공간 속에서 새로운 음악적 맥락을 지닌 구성으로 재배열되고 있다. 이는 마치 원곡을 연주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작곡하는 듯한 모습처럼 비치기도 하고, 다양한 양식의 음악들이 고요한 흐름 속에 융해되는, 차분하면서도 웅장한 과정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테마 이후 자율적 개방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은, 일련의 정해진 규범보다는 순간순간의 창의적 호흡이 서로에게 닿으며 각자의 역할과 연주를 자연스럽게 정의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터랙티브라는 단어가 식상할 만큼 서로에 대한 반응은 물론 각자의 표현에서 보여주는 능동성은 유연하면서도, 그 자체로 하나의 온전한 미적 표현을 담지할 만큼 아름답기까지 하다. 각자의 음악적 터치는 미묘하지만, 서로를 향해 발산하는 표현은 완벽한 합의를 이루고 있으며, 안정적인 호흡으로 지속하는 부단한 교감의 과정이지만, 정서적 밀도로 충만한 차분한 텐션을 끊임없이 어어가고 있다. 진행 속에서 새로운 형식을 탐구하고, 능동적인 반응을 통해 부단한 변화를 지속하면서도, 단 한순간의 과잉이나 결여도 없는 균일한 합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한 경험이나 실력이 아닌, 상호 간의 음악적 신뢰가 더해져야 가능할 수 있는 음악적 합의라는 점에 누구도 부정하기는 힘들 듯싶다.

 

이와 같은 음악적 행간의 미묘함과 과감함을 온전하게 전달하는 사운드의 섬세함도 귀 기울여 볼 만하다. 트리오라는 작은 편성의 연주임에도 불구하고 공기의 부피와 밀도로 채워진 공간 그 자체의 울림은, 여백을 지닌 각 뮤지션의 연주를 하나의 집합적 표현으로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추상적이지만 그 아름다움은 구체적이고, 축약적이지만 그 자체로 온전한 표현을 완성한다. BST에게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긴 앨범이다.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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