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Brian McCarthy Nonet - Afterlife (TRRcollective, 2023)

 

미국 색소폰 연주자 겸 작곡/편곡가 Brian McCarthy의 노넷 앨범.

 

교육과 공연이라는 음악 학제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브라이언은 대학과 지역 재단의 후원을 받아 종종 자신이 기획한 작업을 선보이기도 하는데, 소규모 편성에서부터 대규모 빅밴드에 이르는 다양한 형식을 활용해 자신의 사회적 혹은 역사적 인식을 음악에 담아내기도 한다. 이와 같은 작업은 역사를 소재로 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재즈의 의미를 확인하는, 다분히 미국적이면서도 음악적인 관점을 동시에 담고 있다.

 

이와 같은 작업의 대표적인 예가 남북 전쟁에서 영감을 받아 9인조 편성으로 완성한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 (2017)로, 더 나은 인간을 향한 음악적 발언을 담아내고, 흑인 음악으로서의 재즈가 지닌 근원적인 의미를 고찰하면서도, 이를 오늘날의 전통에 기반한 재즈의 보편적 언어를 통해 재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변 장르와의 관계 속에서 재즈의 확장적 표현에 주력하는 현재의 주류와는 달리, 전통적인 관점이 지닌 현대적인 보편성을 새로운 시각에서 고찰하고, 이에 기반한 작업을 통해 음악적 설득력을 확보하려는 브라이언의 사고를 엿볼 수 있는, 그 대표하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앨범에는 트럼펫 Bill Mobley, 색소폰 Daniel Ian Smith, Stantawn Kendrick, Andrew Gutauskas, 트롬본 Cameron MacManus, 베이스 Matt Aronoff, 피아노 Justin Kauflin, 드럼 Jared Schonig 등이 참여해, 드럼을 제외하면 전작의 멤버들 그대로 함께하고 있다. 역사적 사건 속에서 인간성을 탐구했던 전작의 사고를 확장해, 이번 앨범에서는 ”We are made of star stuff”라는 Carl Sagan의 말에 주목하고, 이번 앨범의 모티브로 삼고 있다. 역사와 문화보다 더 넓은 사고의 범주를 활용하여, 인간적 근원적인 보편성에 대한 음악적 탐구를 담고 있지만, 브라이언이 사용하는 음악적 언어와 표현은 기존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어, 기본적으로 이전과 같은 주제 의식을 담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노넷이라는 매시브 한 표현을 활용하고 있지만, 각 요소들이 공간 속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물론, 각자의 기능과 역할을 정밀하게 확정하고 있어, 오케스트레이션과 같은 정교한 사운드를 완성한다. 각 악기가 지닌 고유의 음역대와 대위적 공간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완성할 수 있는 집합적인 표현은 물론, 독특한 하모닉스까지 고려하고 있고, 각각의 개별 라인을 중첩해 완성한 입체적인 공간을 연출하는 등, 정교한 편곡을 통해 완성한 음악적 구성은 인상적이다. 일련의 집합적 구조를 통해 완성한 사운드의 총체는 재즈가 전할 수 있는 풍요로움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정교한 구성을 통해 전해지는 메시브 한 연주는 현대적인 감각에서도 세련미를 내뿜으며 고유한 미적 완성을 실현하고 있다. 집합적인 사운드를 총괄하는 리더의 힘이 작용하고 있지만, 개방된 공간에서 진행하는 개별 라인의 자율적 표현의 전개는 물론, 순간순간 연주자의 개인 기량에 의지해 진행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등, 그 구성에서는 나름의 유연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천문학 혹은 물리학의 용어를 개별 곡의 제목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표제적이라는 인상보다는, 관찰가능한 현실과 과학적 이론 사이의 간극을 음악적 상상력을 통해 메우려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정신 혹은 영혼 등과 같은 다소 모호한 주제로 넘어간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어차피 음악 그 자체가 영매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 또한 음악적 상상력의 일부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듯싶다. 아무튼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현한 전통의 사운드가 전하는 매력적인 연주가 담긴 앨범임은 분명하다.

 

 

2023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