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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ushman's Revenge - All the Better for Seeing You (Is It Jazz?, 2023)

 

노르웨이 재즈-록 트리오 Bushman's Revenge의 앨범.

 

기타 Even Helte Hermansen, 베이스 Rune Nergaard, 드럼 Gard Nilssen 등 세 명의 뮤지션이 모여 결성한 B’sR는 오랜 기간 Rune Grammofon 레이블의 핵심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록의 에너지와 재즈의 즉흥성을 결합한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적 세계관을 펼쳐왔다. 특히 구성원들 각자의 개별 활동을 떠올리면 무척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과감한 도전을 B’sR의 음악은 포괄하고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이 재현하는 연주 또한 풍부함을 지니면서도 보다 견고해지며, 자신들만의 유니크함을 구축하고 있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멤버의 변화 없이 꾸준한 간격으로 정규 작업을 선보일 뿐만 아니라, 수백 회에 달하는 공연 일정까지 소화하고 있어, 이들에게 있어 B’sR이 차지하는 일상의 의미 또한 짐작할 수 있다.

 

그룹 결성 20주년에 맞춰 발매한 통산 11번째 정규 앨범인 이번 녹음은, 블루스, 재즈, 록 등을 바탕으로 하는 B’sR의 통상적인 음악적 특징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으며, 꾸준히 진화하는 트리오의 독창성을 담아내고 있다. 거친 질감에 때로는 공격적인 톤으로 조율한 기타가 중심을 이루지만, 연주 자체가 품고 있는 풍부한 감정과 정서가 진솔하게 전해지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어 매력적이다. 터프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린 과감한 곡은 물론이고, 유쾌함을 품은 경쾌한 스텝의 연주가 이어지는가 하면, 서정적 감성을 거친 톤 사운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담아낸 트랙에 이르기까지, 앨범은 B’sR의 다양한 분위기를 단 6개의 곡에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오버드라이브와 디스토션 등의 적절한 배합을 이루며 마치 60-70년대의 록 사운드를 떠올리게 하는, 다분히 레트로한 톤 사운드는, 기존 음악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게 하여, 이들 음악이 지닌 거친 분위기에 대한 거부감을 상당 부분 감쇄하고 있어, 나름 정교하게 튜닝한 결과임을 짐작하게 한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B’sR의 음악적 공력은 다양한 템포와 호흡에서 보여주는 내밀한 응집력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트리오 구성의 특성상, 기타가 차지하는 프런트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을 수 =밖에 없으며, 모든 작곡 또한 에벤이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베이스와 드럼의 역할이 단순한 사이드-맨으로 제한되지 않는 능동성과 역동성을 보장하고 있어, B’sR 특유의 활기가 개방성을 얻게 된다. 베이스와 드럼의 개입은 단순한 기능성을 넘어 자율적 표현의 직관성을 지니며, 이는 나름의 엄밀한 구조 속에 완성한 테마뿐만 아니라,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무한히 확장하는 기타 솔로의 공간에서도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그 방향과 진행을 추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서로 다른 피치의 차이를 제외한다면, 베이스의 톤 사운드 또한 기타와 무척 닮았으며, 때문에 가끔은 폴리포닉한 라인을 연주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을 갖게 할 만큼 뛰어난 일체감을 보여주기도 하여, 이들의 음악이 지닌 인터랙티브한 연관과 긴밀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4-5분의 통상적인 길이의 연주는 물론, 10분이 넘어가는 긴 호흡의 연속된 임프로바이징이 주를 이루는 곡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곡이 담고 있는 고유한 캐릭터와 분위기는 무척 선명하게 전달된다. 동시에 모든 곡은 하나의 균일한 정체성을 담고 있어, B’sR의 견고한 음악적 세계관을 짐작하게 한다. 재즈와 록의 융합을 통해 연출할 수 있는 거친 분위기를 활용하면서도, 그 접점의 디테일에 주목해 자신들의 음악을 정교하게 완성하는 양면성은, B’sR의 연주가 지닌 깊이를 드러내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앨범은 이 모든 것을 실천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2023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