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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ephas Azariah - Lunar Tides (Reflections, 2023)

 

인도 출신 영국 음악가 Cephas Azariah의 미니 앨범.

 

세파스는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졸업 후 바로 광고 및 영상 관련 분야에서 활동을 시작한 신예 작곡가이다. 3년 전후의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기업의 광고 음악을 제작하기도 했고, 수상 경력이 있는 단편과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 벌써부터 인상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음악가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상업 및 영상 활동과 더불어 세파스는 자신의 개인 작업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데, 자주 발매 형식으로 선보인 미니 앨범 Daydream (2021)를 비롯해, 최근 Reflections 레이블을 통해 몇 편의 싱글에 이어 이번 EP를 공개하게 된다. Anjunabeats와 Anjunadeep의 Reflections 컴필레이션 시리즈를 계기로 별도의 자매사로 독립해 2022년에 설립한 레이블은, 짧은 기간 동안 기존 뮤지션 외에도 기량이 뛰어난 여러 신인들도 대거 발굴하며, 여러 편의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면서, 다운템포와 앰비언트 계열에서 주목할만한 플랫폼으로 발돋움한다. 세파스는 레이블의 컴필레이션과 믹스에 기고하며 나름 인상적인 활동을 지속했고, 이번에는 자신의 미니 앨범을 선보이게 되었다.

 

이번 EP는 전작이나 기존에 선보인 몇 개의 싱글들에서 보여준 음악적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확고하다면 나름 확고한 음악적 스타일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특징을 담아내는 개성도 함께 표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등의 전자 악기 및 장비에 의존해 작업을 진행하지만, 아날로그의 특징을 지닌 소스를 활용하여 익숙함을 염두에 두는 듯하며, 고전적인 양식의 노트나 진행은 물론 일렉트로닉 프레이즈 또한 대중적인 친숙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피아노나 스트링 계열의 사운드를 활용하고 있어, 때로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경향적 특징을 보여주는가 하면, 차분하면서도 나름 감각적인 시퀀싱을 통해 다운템포 특유의 경쾌함도 담아내고 있다.

 

이번 이미 앨범에 4개의 곡만 수록하고 있음에도, 저마다의 고유한 특징을 드러내는 선곡을 보여주며, 여기에 세파스가 담고자 하는 고유한 정서적 분위기를 일관성 있게 보여주고 있다. 서양의 노트에 기반하고 있지만 곡 안에서 미묘하게 묻어나는 동양적 정서는 물론, 다양한 음악적 정경을 마치 이미지처럼 펼치며 이야기를 전하는 모습과 더불어, 사색적 몰입을 향해 서서히 다가서는 듯한 일련의 자연스러운 흐름은 매력적이다. 또한 배경의 노이즈 필드를 이용해 로우-파이와도 같은 편안한 분위기의 텍스쳐를 연출, 아련하게 들릴 듯 말 듯 한 필드리코딩은 물론, 저마다의 고유한 텍스쳐를 지닌 소리들이 마치 서로를 흡착하는 듯한 느낌까지, 미세한 사운드의 정교한 활용 또한 인상적이다.

 

곡의 진행에 따른 정교한 편곡을 통해 음악적 내러티브를 완성하고, 극적인 전환을 통해 나름의 몰입을 유도하는 등, 익숙한 문법에서 드러나는 편안함이지만, 그 자체로 충분히 인상적인 앨범이다. 이와 같은 사색적인 평온함을 부각하는 음악이 어쩌면 세파스 본인의 개인적 캐릭터에서 묻어 나온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곡 안에서 활용하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보면, 자신의 내면을 정화하는 의식처럼 보이기도 하고, 언젠가는 그의 이면이 다른 양식으로 표출될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모던 클래시컬, 다운템포, 앰비언트 등의 특징들이 획일화되지 않은 다중적인 복합성을 구성하지만, 이 또한 이후 세파스의 작업에서 어떤 방식으로 분화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2023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