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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haz Knapp - Withheld (1631 Recordings, 2017)


미국에서 활동 중인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뮤지션 채즈 냅의 신보. 2000년대 초반에 데뷔하여 Our Brother The Native와 Oxalis 등의 프로젝트 활동 중간에도 개인적인 작업들을 꾸준히 발매했지만 Analogue 1 (2013) 앨범을 음원 형식으로 발표한 이후 사실상 그의 이력은 전무하다. 최근에는 사진작가인 아내와 Varied Frequencies라는 개인 레이블을 설립하고 이번 앨범을 발표했는데, 1631 Recordings가 재발매 형식으로 그의 신보 유통을 담당하여 4년 만에 채즈의 작업이 선보이게 된 것이다. 짧지 않은 음악적 공백에도 불구하고 채즈 특유의 내면적 집착이 강하게 묻어나는 음악적 특징들은 여전하다. 깊은 사색으로 인도하는 차분한 사운드와 긴 호흡으로 전개되는 라인들은 특유의 서정적인 정서와 맞물려 깊이 있는 감성의 침전을 이루기도 했다. 이번 앨범에서도 채즈에 고유한 음악적 특징들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예전의 작업들에서 보여주었던 긴 망설임과 소심함 대신 일상적 보폭에 근접한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호흡의 속도는 예전과 유사하지만 보다 명료해졌고 내면으로만 향하던 음악의 질문들은 보다 더 다양한 표현의 가치들을 수용하려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편곡에서의 디테일이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Lonesome Quintet", "Octet", "Space Sextet" 등의 곡명뿐만 아니라 "For Piano", "For Organ" 등의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채즈의 이번 앨범은 개별 곡의 편성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메시지를 구체화하고 있다. 물론 예전에도 채즈 자신의 건반과 더불어 바이올린, 첼로 등의 현악을 이용한 편성의 예는 존재했지만 이번 앨범의 경우 관악기들을 이용해 보다 더 넓은 스케일의 음악적 공간을 세밀하게 조율하여 예전과는 차별되는 표출적 지향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극한으로 이끌지 않고, withheld라는 앨범의 타이틀이 암시하고 있듯이, 자신의 기존 음악적 규범 속에 스스로를 가두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 점이 이번 앨범의 미덕인 듯싶다.


2017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