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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hristine Ott - Time to Die (Gizeh, 2021)

프랑스 작곡가 겸 멀티 인스트루먼트 연주자 Christine Ott의 앨범. 크리스틴의 오랜 음악 경력에 비해 그녀의 솔로 작업은 무척 드물다. 그나마 최근 들어 Gizeh 레이블을 통해 일련의 작업들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어 그녀만의 창의적인 음악 세계의 단면을 엿볼 수 있어 반가울 따름이다. 이 앨범의 녹음은 2012에서 2019년 사이에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지는데, 때문에 Only Silence Remains (2016)의 후속이라는 느낌은 물론 Chimères (2020)의 연장이라는 성격도 함께 지니고 있다. 크리스틴의 음악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텍스트 3개를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막상 우리는 그녀의 음악을 단정해서 말할 수 있는 핵심에는 쉽게 도달하지 못한다. 다만 그 독창적 창의에 놀라움과 경외감을 간직하고 그녀의 작업들을 감상할 뿐이다. 이번 앨범은 마치 하나의 서사적 플로우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하는 듯하여 강한 일련의 연관성을 이루면서도 각각의 곡은 개별적인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 곡에 따라 신서사이저, 피아노, 하프, 보컬, 팀파니, 모노트론 등 다양한 악기의 조합을 통해 서로 다른 언어와 표현을 부각한다. 그래도 이번 앨범에서는 디스토피아적인 시네마의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고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앨범의 타이틀이며 첫 번째 트랙인 "Time to Die" 때문이 아닐까 싶다. Vangelis 특유의 브라스 신스를 묘사한 듯한 크리스틴의 Jupiter-8을 이용한 도입은 물론 '난 너희 인간들이 상상도 못 할 것들을 봤어'로 시작해 '그 모든 순간들은 시간 속에서 사라지겠지, 마치 빗속의 눈물처럼', '죽을 시간이야'라는 리플리컨트 로이의 마지막 대사를 내레이션으로 활용한 것은 영화적 오마주이며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강한 암시이기도 하다. 특히 앨범 마지막 트랙 "Pluie"의 도입에 빗소리를 사용한 점은 로이의 죽음에 대한 회고적 반영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효과로 앨범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 구조로 이루어졌음을 짐작하게 해 준다. 또한 앨범에서 흥미로운 점은 다양한 약기를 활용하면서도 그 연주에서 드러나는 세밀한 표현력이다. 특히 옹드 마르트노와 같은 고전적인 전자 장치의 실험적 표현을 음악적으로 활용한 대목은 무척 흥미롭다. 감정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그 교차를 묘사한 음악도 놀랍고 이를 다양한 사운드를 통해 재현한 능력도 인상적이다.

 

202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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