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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hristoph Berg & Henning Schmiedt - Bei (Flau, 2017)


바이올린 연주자 크리스토프 베르그와 피아니스트 헤닝 슈미트의 듀엣 앨범. 둘 다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작곡가 겸 뮤지션으로 분류되지만 서로 지향하던 음악적 분위기는 상이하다. 헤닝의 경우 클래식이나 재즈와 같은 전통적인 장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심미적이고 서정적인 스타일의 연주를 들려줬다면, 크리스토프는 최근에 발매된 Conversations (2017)에서도 잘 드러나 듯이 앰비언트적인 표현을 기본으로 다소 추상적인 음악적 언어들을 주로 선보였다. 베를린이라는 지역적 공통점 만으로 이 둘이 함께 작업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어찌되었든 협업의 결과물로 이번 앨범이 발표되었다. 결론적으로는 헤이닝의 기본 스타일에 크리스토프가 능동적인 반응을 보이는 방식으로 이번 앨범에서 음악적 합의를 찾은 것처럼 보인다. 전체 진행은 아무런 사운드 이펙트나 효과 없이 듀엣이라는 고전적인 형식에 주어진 일정한 테마에 대한 임프로바이즈를 모티브로 이루어졌다. 간결하고 명료한 멜로디의 테마 그 자체도 아름답지만 서로의 호흡을 일치시키며 각자의 공간을 생기 가득한 라인들로 채워가는 자연스러운 음악적 합의 과정은 즉흥연주의 진행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치밀하기까지 하다. 치밀하지만 결코 심각한 방식으로 대화를 이끌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익숙한 화성 위에서 흐름을 벗어나지 않는 안정된 라인을 펼치며 쉬운 길을 가는 전략을 취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제한된 공간과 조건 속에서 이들이 전개하는 음악적 상상력과 인터플레이의 응집력은 과소평가될 수 없는 부분들이다. 음악적 상상력은 풍부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들의 응집력은 상대의 반응에 대한 교감과 집중에 근거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단일한 색채의 감성과 편안한 분위기로 음악을 전개하고 있지만 연주가 진행될 수록 자연스럽게 귀 기울이게 되는 앨범이다. 전혀 의외였지만 예상 밖의 성공적인 컬래버레이션이다.

 

2017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