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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hristoph Stiefel Inner Language Trio - Chutes and Ladders (nWog, 2021)

스위스 재즈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Christoph Stiefel의 트리오 앨범. 1980년대 초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한 크리스토프는 작곡에 음악적 의지를 반영하고 이를 연주를 통해 실현하는 방식의 작업을 주로 선보였다. 이를 위해 크리스토프는 솔로를 비롯해 여려 형식의 음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트리오는 그의 음악적 영감을 실현하기 위한 대표적인 작업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그 이전에도 여러 트리오 형식의 녹음은 존재했지만 Inner Language Trio (2008) 앨범 이후 크리스토프는 CSILT라는 이름의 활동을 이어간다. CSILT는 팀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크리스토프 자신의 내면의 음악적 언어를 트리오라는 공간적 형식을 통해 표출하는 접근을 보여주고 있어, 듣는 입장에 따라서는 그의 솔로 작업의 확장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확장은 더 많은 개방 공간에 대한 사고를 전재로 하기 때문에 동일한 접근을 보여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때문에 트리오라는 공간 속에서만 표출될 수 있는 또 다른 내밀한 언어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듯싶다. 이번 앨범에는 베이스 Lukas Traxel와 드럼 Tobias Backhaus이 참여하고 있어 전작 Embracing (2018)과 동일한 라인-업을 이루고 있으며, 음악적인 스타일이나 스텐스에서도 동질성을 유지한다. 아이들의 고전적인 보드게임을 앨범 제목으로 하고 있어 봉쇄에 따라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아이들과 함께할 기회가 많아진 현 상황을 우회적으로 반영하면서도, 정작 타이틀 곡에서는 자신의 심미적인 표현과 그 핵심을 요약하는 듯한 집중력과 긴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번 앨범에서도 크리스토프 작곡의 특징을 대변하는 이소리듬의 기법을 선보이고 있는데, 반복적인 리듬 패턴을 확장하여 다양하게 변주된 선율 속에서 곡의 구성과 진행을 일체화하는 고전적인 방식을 재즈의 형식에 맞게 응용한 연주는 CSILT라는 트리오 이름에 걸맞은 내밀함과 공간 개방에 따른 긴장의 흐름을 잘 표현하고 있다. 작곡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될수록 그 콘셉트가 음악이 아닌 단순한 소리로만 전달될 위험이 있지만, 크리스토프는 그 소리 속에서 음악이 들릴 수 있도록 구성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물론 이번 앨범에서도 그 재능은 유감없이, 심미적인 표현으로 드러나고 있음은 당연하다.

 

2021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