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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hristophe Imbs - Soft Power (Label OH!, 2023)

 

프랑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Christophe Imbs의 쿼텟 앨범.

 

크리스토프는 15세라는 늦은 나이에 음악을 시작해 독학으로 Conservatoire National de Strasbourg의 재즈 클래스에 입학해 피아노를 전공, 이후 만장일치 수석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Polaroid3와 Polaroid4 등과 같은 밴드 활동 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에 연주자로 참여하는 한편, 2010년대 초부터 Label OH!의 멤버로 활약하여 여러 앨범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도 연극, 공연, 무용, 영화 등을 위한 작곡을 제공하는 한편, 주변 예술 분야와의 협업에도 많은 관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0년대 말, 드러머 Anne Paceo와 베이스 Matteo Bortone 등과 트리오를 결성, ForYourOwnGood! (2018)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음악을 알리기 시작하는데, 해당 작업을 통해 크리스토퍼는 재즈에 대한 고정관념을 해체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접근법을 제시하며 큰 주목을 받게 된다. 전통적인 트리오의 형식에 일렉트로닉과 같은 전자 음향을 더한 단순한 시도 외에도, 록의 디스토션이나 메탈 리프와 같은 과감한 표현을 응용하는 한편, 전자 음악의 감각적인 트랜스나 대중적인 팝의 멜로디를 활용하는 등의 복합적인 양식을 트리오 공간에 안정적인 모습으로 재현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이번 앨범은 기존 트리오에서 베이스 Joan Eche-Puig가 새로 합류하는 한편, 게스트 형식으로 색소폰 Julien Lourau가 참여한 녹음으로 완성했다. 형식적으로는 기존 트리오에 색소폰이 더해진 편성의 확장처럼 보이지만, 관악을 이용한 새로운 공간의 구성을 함께 보여주고 있어, 온전한 쿼텟의 연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크리스토프 또한 전면의 색소폰을 염두에 둔 작곡을 제안하고 있으며, 공간 역시 프런트의 관악 라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구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앨범의 전체 분위기 또한 기존 트리오에서 보여준 과감한 표현 양식을 간소화하는 대신, 비교적 집약적이고 간결한 구성을 통해 핵심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방식을 취하는 듯하다.

 

에너지가 밖으로 확산하는 방식 대신 응축하는 듯한 집약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각 공간의 연주를 간결한 양식으로 명료하게 표출하면서도 상호 간의 연관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구성의 긴밀함을 전제로 한다. 프런트를 담당하는 색소폰의 라인조차 구조화된 양식 안에서의 명료한 발성을 특징으로 하며, 임프로바이징 또한 공간의 특성에 충실한 재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드럼은 마치 다양한 양식의 비트 시퀀싱을 리얼 퍼커션으로 완성한 듯한 명료한 개입을 보여주는데, 다분히 기능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제 이와 같은 역할 덕분에 곡이 담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다 선명하게 강조하는 한편, 플로우의 탄력적 긴장을 부여하는 복합적인 역할을 유연하게 담당하고 있다. 동시에 기존 트리오에서 보여준 일렉트릭과 어쿠스틱의 조화는 물론, 작곡과 즉흥의 균형을 포함하고 있어, 여전히 크리스토프의 특징적인 요소를 함축하고 있다.

 

복합적인 양식을 응용하면서도 간결한 구성을 통해 미학적 완결성을 구축하며 음악적 핵심을 명료하게 전달하는 방식은 무척 인상적이다. 특히 각 구성원의 에너지를 적절한 균형점에 수렴하도록 조율하는 방식의 치밀함은 물론, 자극적으로 전달될 수도 있을 법한 표출을 적절한 거리에서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 역시 인상 깊다.

 

 

2023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