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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onrad Schwenke Quartett - Divagation (Unit, 2023)

 

독일 재즈 피아니스트 Conrad Schwenke의 쿼텟 앨범.

 

콘라드는 2010년대 중반 학부 시절 여러 경연과 작업에 참여하여 재즈계에 데뷔했고, 현재는 연주 외에도 다양한 양식의 작곡과 편곡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이름을 딴 CSQ는 2015년에 기타 Simon Wallach, 베이스 Michael Bohn, 드럼 Julian Nicolaus와 함께 결성, 이듬해 Mind The Gap (2016)을 발표하며 첫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스튜디오 녹음이지만 라이브 세션의 성격을 반영하며, 경쾌함과 더불어 특유의 감성적인 멜로디를 담아내고 있다.

 

7년 만에 선보인 이번 녹음에서는 기타리스트 자리를 Jan-Olaf Rodt가 대신한 것을 제외하면, 이전 멤버들이 함께하고 있다. 라이브와도 같은 생동감 있는 세션을 중심으로 서정성과 우아함을 담은 멜로디를 활용해 현대적인 재즈의 유형적 다양성을 실현한다는 점에서는 이전 작업의 특징을 계승하고 있으며, 피아노와 기타로 이루어진 프런트의 기능을 보다 정교하게 구성해 풍성한 음악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층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작업 또한 피아노-기타로 이루어진 쿼텟의 전통적 형식미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현대적인 양식에서 통용되는 재즈의 언어와 표현을, 멜로디 중심의 감성적인 연주로 재현하고 있다. 기타와 피아노의 대위적 합의가 이루는 진행은 안정적이면서도 정교한 화성학적 관계를 통해 풍성한 하모니를 연출하고 있다. 라인과 카운터의 통상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그 역학에서 빗겨 난 미묘한 보완적 호흡을 보여주기도 하고, 서로의 라인이 중첩을 이루며 연출하는 분위기는 조화와 텐션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으며, 여기에 서로의 톤과 사운드의 조율을 통해 완성하는 배음이 더해지며, 이 둘의 앙상블만으로도 극적이라는 인상을 받게 한다.

 

베이스는 이 모든 과정을 정교하게 조율하고, 그 흐름이 수렴할 수 있는 안정적인 균형점을 제시하며, 탄력적인 워킹을 통해 경쾌한 호흡을 연출한다. 간결하고 명료한 드럼의 절제된 개입은 프런트 라인이 이루는 정교한 합을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조율된 듯하지만, 전체 공간을 더욱 산뜻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디테일을 완성하고 있다. 킥의 사용도 제한해 가며 베이스와의 중첩도 피할 만큼 신중한 모습을 보이지만, 흐름에 따라 텐션을 조율하며 응축한 에너지를 속도감 있게 분출하는 과감함이나, 곡의 유형적 특징에 따라 유연한 리듬을 통해 연출하는 절묘한 그루브는 곡의 내용을 풍부하게 완성한다. 모든 파트는 서로에 대해 일정한 공간적 거리를 유지하며 각각의 라인이 지닌 선명함을 명료하게 전달하면서도, 상호 간의 연관에 있어서는 견고함을 보여주고 있어, 쿼텟의 음악적인 내용은 물론 그 감성 또한 청자에게 풍부하고 여유롭게 도달한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섬세한 멜로디를 통해 직관적으로 전해지는 풍부한 정서적 분위기는, 이를 구성하는 정교한 공간적 합과 인터플레이에 의해 실현되고 있으며, 솔로 공간에서도 정교함을 잃지 않는 상호 간의 긴밀한 구성은 인상적이다. 펜타토닉 스케일을 이용한 곡에서도, 특유의 안정적인 호흡을 연출하며 전통적 양식의 고전미를 표출하는 방식 또한 세련되었다. 정교하고 구조화된 안정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나름의 여유와 유연함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출하는 풍요로운 분위기의 서정이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3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