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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rawl Across The Sky - The Silent God (self-released, 2017)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뮤지션 Nathan Kwon의 포스트-록 프로젝트 CATS의 신보. 사실상 원 맨 밴드나 다름없는 나단의 음악 활동은 CATS 외에도 각기 상이한 음악적 지향을 지닌 여러 개의 프로젝트 작업들을 통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CATS의 경우에는 앰비언트적인 요소들을 활용한 포스트-록의 특징들을 강하게 부각하고 있다. 비교적 짧은 음악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홈 리코딩의 특징을 살려 다수의 곡들을 발표하고 있어 그의 음악적 개요를 개괄하기란 쉽지 않지만, 이번 앨범에서 보이는 특이점을 관찰하기란 그리 어렵지는 않다. 이미 예전에도 하나의 주제를 다른 방식의 편곡과 연주로 버전을 분화시키는 방식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이번 앨범의 경우에는 다섯 개의 메인 테마를 적게는 3개에서 5개까지 재구성하는 음악적 욕심을 보여주고 있다. 곡의 기본을 이루는 기본 테마 자체가 워낙 간결하고 명료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편곡과 연주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하게 분화되는 여러 버전의 곡들을 감상하는 것도 이 앨범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음악적 창의와 상상력이 뛰어난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개별 버전에 따른 특징들도 명확하다. 하지만 이러한 점들은 어쩌면 이번 앨범의 단점이 되기도 한다. 통일되지 않은 다양한 스타일의 혼재는 간혹 산만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아무리 인상적인 테마라고 하더라도 여러 트랙에 걸쳐 연이어 반복되면 지루한 느낌을 들게 한다. 흔히 영상용 OST에서 자주 관찰할 수 있는 것처럼, 테마의 반복적 활용을 통해 기시감을 불러일으키고 그 자체가 하나의 묘한 감성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규칙적 일관성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나단 자신이 드러내고 싶어 했던 스타일의 다양성과 적절한 타협점을 찾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비록 앨범의 일관성과 완성도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운 감상을 쓰긴 했지만, 나단의 뛰어난 음악적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예임은 분명하다.


2017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