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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ale Cooper Quartet & the Dictaphones - Astrild Astrild (Denovali, 2017)


데일 쿠퍼 쿼텟 앤드 더 딕타폰즈의 정규 네 번째 앨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많은 맴버들이 그룹을 거쳐갔지만 누가 쿼텟이고 딕타폰즈인지 자신들 조차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이며 심지어는 이번 레코딩에서 쿼텟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세 명 뿐이다. 이들 음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미리 그려보기 위해서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두 가지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첫 번째 David Lynch 감독의 TV 시리즈 Twin Peaks에 등장하는 인물 중 휴대용 녹음기를 들고 마치 전화기에 넘어 미지의 상대인 다이앤에게 사건 내용과 온갖 신변잡기를 이야기하는 FBI 특수요원 데일 쿠퍼, 두 번째 그의 분열적이고 편집증적인 성격을 작곡가 Angelo Badalamenti가 암울하고 쓸쓸한 분위기로 묘사한 데일 쿠퍼의 테마곡. 흔히들 다크 재즈 혹은 다크 앰비언트 등으로 지칭되는 이와 같은 스타일의 음악들은 상당 부분 일상에서 익숙하게 접했던 요소들을 통념과는 전혀 다른 반대의 측면들을 부각시킴으로서 낯선 효과들을 이끌어내곤 한다(히치콕의 '새'를 생각해보라). 이러한 낯섦은 때로 의식의 지평을 넓혀주기도 하고 사물을 바라보는 다면적 시각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효과를 의도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들 쿼텟과 딕타폰즈는 과거 50년대의 나른하고 여유 넘치는 웨스트 코스트 스타일의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 이면에 존재하는 정반대의 느낌들을 끄집어 낸다. 여유로운 느린 템포는 긴장감을 일으키고, 달콤한 보컬은 악인의 속삭임처럼 들리며, 포근한 관악기의 프레이즈는 심장의 쫄깃함을 유발한다. 전체 일곱 트랙으로 구성된 이번 앨범은 마치 B급 정서를 지닌 컬트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일관된 사운드스케이프를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컬트 영화를 통해 우리 일상의 불편한 감정의 정체와 대면한다면, 이들의 음악들은 마치 선악의 변증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라도 하듯, 그 불안감이 익숙함의 다른 얼굴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 하다. 

 

2017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