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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aniel Herskedal - Harbour (Edition, 2021)

노르웨이 튜바 연주자 Daniel Herskedal의 신보. 북유럽 특유의 싸늘한 서정을 저변에 두고 에스닉과 클래식의 화법들을 재즈의 다양한 전통적 표현 속에서 재현하는 그만의 음악적 창의는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도 다니엘의 오랜 동료들인 피아노/첼레스타 Eyolf Dale, 드럼/마림바 Helge Andreas Norbakken과 함께 하고 있어 기존 작업들과의 연관성을 이어가면서도, 더욱더 과감한 접근과 내밀화된 앙상블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더욱 정교해진 집합적 표현은 물론 풍부해진 사운드의 배합을 통해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진화의 과정에 있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넓은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프레이즈에서도 여러 번의 오버 더빙을 통해 풍부한 개방감을 표현하는가 하면 스테레오 양쪽 끝 저 멀리에 마치 시간 차를 두고 메아리처럼 전해지는 리버베레이션을 배치하는 등 연주 그 자체는 물론 이를 둘러싼 공간에 대한 디테일에도 상당한 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각 악기의 위상과 관계를 두고 정의하는 재즈적인 공간 개념과는 전혀 다른 접근을 보여주는 것으로, 어쩌면 다니엘이 지향하는 음악적 표현이 특정 장르의 우위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이전에 다니엘은 여러 유형의 음악적 언어와 표현들을 다양한 양식을 통해 교차시키고 그 안에서 새로운 분화의 계기를 모색했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자신만의 통합적 접근을 완성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각 곡의 특징에 따라 어느 특정 유형의 양식적 표현이 우위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결코 지배적이지 않으며, 연주 전체는 다니엘이 지향하고자 하는 총체적인 특징들이 더 강하게 부각된다. 때문에 그 느낌은 무척 미묘하여 기시감과 낯섦이 공존하는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이는 앞에서 언급된 음향에서의 디테일한 묘사와 어울리며 세 명의 뮤지션으로 완성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깊고 풍부한 앙상블을 연출한다. 완성형에 도달한 다니엘과 그 동료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황홀한 앨범이다.

 

202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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