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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aniel Herskedal - The Roc (Edition, 2017)


노르웨이 출신의 작곡가 겸 튜바 연주자 다니엘 헤르스케달이 에디션 레이블에서 발표한 3번째 앨범. 이번 신보에서는 전작 Slow Eastbound Train (2015)에서 선보였던 장르 복합적인 특징들을 연장하고 있다. 북유럽적인 정서를 기반으로 재즈의 언어에 에스닉과 클래식의 화법들을 배치하는가 하면, 모던 크리에이티브적 표현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포스트-)밥과 프리 임프로바이징의 경계까지 무효로 만드는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서양 음악과 다른 언어와 감성 체계가 여러 방식들로 교차하며 다양한 형식의 음악적 분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표현들을 하나의 체계로 일치시키려는 노력은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있는 듯 하다. 즉 분화된 각자 그 자체의 형식과 표현들로 개별적인 음악들을 선보이는 방식을 취한다. 때문에 유사한 형식과 표현의 음악들이 서로 연관을 이루고 진영을 나누며 각자의 경계를 명확히 하기도 한다. 앨범 전체적의 일관된 분위기는 기대할 수 없지만 각각의 트렉이 넘어갈 때마다 반전을 이루며 선보이는 음악적 언어와 감성의 변화는 긴장과 낯선 거리감을 경험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다. 치밀한 음악적 구성이 돋보이는 타이틀 곡 "The Roc", 작곡가의 감수성과 연주자의 세밀한 감정 표현이 인상적인 "Eternal Sunshine Creates a Desert", 미니멀한 편곡 속에서도 앨범의 장르 복합적 특징을 압축하고 있는 듯한 "All That Has Happened Happened as Fate Willed" 등 귀기울여 볼 만한 트렉들이 많다. 하지만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효과는 다음 신보를 기다리게 만든다는 점일 것이다.


2017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