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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avid Gilmore - Transitions (Criss Cross, 2017)


미국 출신 재즈 기타리스트 데이빗 길모어(Pink Floyd의 기타리스트 Gilmour 아님)의 통산 세 번째 앨범. 1990년대부터 세션으로 활동하면서 Christian McBride, Don Byron, Steve Coleman, Wayne Shorter 등의 다수 유명 앨범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 최근에는 Uri Caine이나 Boris Kozlov 등의 투어 세션으로 참여하는 등 다방면에서 그의 이름을 접할 수 있었지만 정작 본인의 명의로 발표된 레코딩은 매우 드물다. 첫 앨범 Ritualism (2001)이 큰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5년 지나 Unified Presence (2006)을 발표하고 이제 10년을 넘긴 뒤에서야 최근 자신이 세션으로 자주 참여했던 크리스 크로스 레이블에서 본인 이름으로 된 세 번째 타이틀을 녹음한다. 기타와 테너 색소폰으로 구성된 퀸텟 포맷인데, 작년에 FSNT를 통해 데뷔 앨범을 발표한 피아노의 Victor Gould를 제외하면 개인적으로 익숙한 이름들은 없다. 전통적인 포스트-밥 계열의 언어에 기초하고 있으며 진행 역시 오소독스한 리더의 주문에 충실히 따르는 모습이다. 길모어 자신의 오리지널 두 곡("End Of Daze", "Spontanuity")이 수록되어 있고 나머지 일곱 트랙은 Bobby Hutcherson, Toots Thielemans, Victor Bailey, Woody Shaw, Annette Peacock 등 최근에 사망한 뮤지션들의 오리지널을 커버하면서 애도와 헌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오랜 시간 간격을 두고 발표한 앨범이지만 사실상 내용 면에서 변화가 느껴질 만큼의 음악적 '변천'(transition)은 관찰되지 않는다. 평균 이상의 연주 실력과 안정감이 느껴지는 팀워크를 느낄 수 있지만 개인적인 독창성이나 기존의 연주를 넘어선 창의적 특징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다분히 기계적이고 수학적으로 해석되는, 일정한 규칙성에 기반한 프레이즈나 진행은 그 자체로 연주의 모범적 사례가 될 수 있지만 교과서를 읽고 감동 받는 경우가 흔하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소소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세션 기타리스트로서 한 번 정도 기억해 둘 만한 이름이 아닐까 싶다.

 

2017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