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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eborah Martin & Jill Haley - The Silence of Grace (Spotted Peccary, 2021)

미국 전자음악가 Deborah Martin과 관악 연주자 Jill Haley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데보라는 앰비언트 뮤지션이자 독립 레이블 Spotted Peccary의 공동 설립자이며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여행가이기도 하다. 그녀와 함께 앨범을 녹음한 질은 잉글리시 호른, 오보에, 피아노 등을 연주하며 미국의 여러 자연환경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음악가다. 이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음악 활동을 해왔지만, 이번 작업 이전에 이미 공통된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었으며, 둘의 첫 협업인 이번 앨범은 자연과 환경에 대한 서로의 공통분모를 반영한 주제로 녹음으로 완성하게 된다. 이들은 북서 태평양 인근의 다양한 장소를 여행한 공통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평온함을 음악으로 담아내고 있다. 데보라의 일렉트로닉은 마치 소규모 오케스트라의 정교한 화음을 연출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그 위에 자연스럽게 질의 관악이 라인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여기에 원시 리듬을 연상하게 하는 타악기의 효과를 얹음으로써 자연의 순환을 묘사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일렉트로닉은 주변의 온도와 햇빛의 반짝임을 묘사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오보에나 잉글리시 호른은 인간의 정서를 서술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그 둘이 이루는 조화는 다분히 시적이다. 서로가 명확하게 공유하는 공통의 주제와 문제의식 덕분에 앨범 전체는 일관된 하나의 음악적 흐름을 이어갈 뿐만 아니라 균일한 텍스쳐 속에서 고유한 분위기를 완성하게 된다. 격정적인 표현이가 감정의 고양을 배제한 자연스러운 분위기는 온화한 경험을 제공하는데, 이는 다분히 레이블의 음악적 지향과도 잘 어울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명상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일상의 배경으로 활용해도 좋으며, 관악기가 지닌 음향이 전하는 포근함은 위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냥 편안하게 들으면 되는 앨범이다.

 

2021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