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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eep Green - Dark Woods (Ranunkel, 2023)

 

스위스 베이스 연주자 Jean-Pierre Schaller의 트리오 프로젝트 Dark Woods의 앨범.

 

스위스 빌/비엔의 공업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장-피에르는 공장 기술자로 생활하며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고 한다. 그 시절 록에 심취했던 장-피에르는, 이후 재즈에 대한 열정을 키우며 l’Ecole de Jazz de Berne에서 수학했고, Conservatoire de Montreux에서 전문 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1990년대 이후 다양한 그룹과 세션 활동을 이어왔고, 2000년대부터 여러 유형의 악기 조합과 스타일을 지닌 몇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중에는 Ivy Trio, Jean-Pierre Schaller Enigma 4tet, KéduHaut 등과 같이 현재에도 활동이 이어지거나 최근 들어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도 있는데, 각각은 서로 다른 음악적 특징을 반영하며 나름의 독자적인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DG 트리오는 2016년 트럼펫/플루겔호른 Denis Corboz와 색소폰 Marc Jufer와 결성한 독특한 조합의 트리오로, 그 인적 구성만으로는 그룹의 특색을 쉽게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각각의 뮤지션들 상호 간의 음악적 접점 역시 선뜻 떠올리기 힘들다. 이들이 선보인 Deep Green (2017)은 두 관악기를 좌우 전면에 둔 규범적인 앙상블에, 전자 베이스로 리듬과 멜로디를 동시에 다루는 장-피에르의 이중적인 역할이 더해지며, 독특한 스타일의 연주 음악을 완성한다.

 

이번 앨범은 6년 만에 선보인 DG 트리오의 녹음으로, 기존 멤버들과 더불어 드럼 Martin Perret의 협연이 함께하고 있다. 드럼이 더해지며 기존 트리오에 비해 보다 더 탄력적인 양식의 음악을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보다 엄밀해지고 더욱 섬세해진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 흥미롭다. 4개의 악기로 구성한 연주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 각각의 사운드는 저마다의 고유한 텍스쳐를 부각하며, 전체적인 앙상블을 더욱 다채롭게 완성하고 있어 인상적이다. 묵직한 무게감을 담은 전자 베이스와 거친 호흡의 질감을 살린 색소폰, 이와 대비를 이루는 청명한 블로우의 호른과 명료하고 투명한 드럼의 타악 등은, 각자의 기능적 역할과 더불어 독특한 개성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DG만의 무게감에 걸맞은 적절한 균형점에, 이 모든 특징들이 자연스럽게 수렴하는 것은 인상적이다.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장-피에르의 정교한 작곡을 바탕으로 하는 연주자들의 섬세한 재현이다. 유니즌을 포함해 대위적인 인과 속에서 진행하는 관악기들의 다양한 프레이즈는 물론, 메인과 카운터의 앙상블로 완성한 일련의 라인들은 마치 실내악적 정합성을 담아낸 듯한 정밀함을 포함한다. 이는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확장하며 보여주는 농밀한 표현의 집요함으로 이어지며, 네 명의 뮤지션이 완성하는 고유한 음악적 색을 더욱 깊이 있게 한다. 섬세하고 서정적인 두 관악의 라인에 볼드 한 베이스가 더해지며 미묘한 정서적 균열과 응집을 동시에 연출하는데, 중저역의 빈 공간을 하나의 전자 악기로 채우며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전체 사운드와의 균형적인 조화는 물론 안정감을 이루는 역할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넓은 공간 속에서 풍부한 이미지를 표현하는 드럼과 퍼커션 사운드는 앙상블을 보다 입체적이면서도 다면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이는 솔로가 펼쳐지는 순간에 더욱 극적으로 드러나고 있어, 마틴의 참여는 이번 녹음에서 신의 한 수였음을 잘 보여준다.

 

클래식적인 엄밀함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고전미와는 다른 재즈적인 언어만이 표현할 수 있는 엄숙미를 음악에 담아내고 있어 인상적이다. 누아르적인 어두운 정취와는 전혀 다른, 깊이감에서 오는 묘한 긴장 또한 매력적이며, 그룹의 이름처럼 ‘딥’한 서정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는 앨범이다.

 

 

20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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