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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ictaphone - Goats & Distortions 5 (Denovali, 2021)

벨기에 전자음악가 겸 베이스 연주자 Oliver Doerell, 독일 색소폰 및 클라리넷 Roger Döring, 바이올린 Alex Stolze 등으로 구성된 Dictaphone의 앨범. 인물들 각자 하나하나 모두 뚜렷한 음악적 특징을 지니고 있어 이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연주한다는 점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어쩌면 이러한 다양한 음악적 지향점을 지녔다는 점이 딕터폰의 가장 큰 장점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들이 20년 가까이 활동을 이어오면서 앨범의 성격에 따라 그에 맞는 연주자들을 게스트로 포함하는가 하면 형식적 구성에 얽매이지 않은 유연함을 통해 멤버 각자는 물론 그룹의 음악적 경계를 끊임없이 확장한 측면도 존재한다. 이들의 음악을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평가도 달라질 수 있을 만큼 딕터폰에는 일련의 다면성이 존재하며, 이러한 특징 또한 조금씩 상이한 매번 음악적 경향성을 부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면성이 이들의 특징이기에 이번 앨범만을 콕 집어 그 성격을 정의하는 것이 무의미하지만, 이번 녹음에서는 에스닉한 스타일의 라인이 눈에 띄며, 재즈의 정의에 부합하는 언어적 표현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기존 작업과 일정한 맥락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일렉트로닉의 다양한 배음 속에서 이와 같은 장르적 요소들은 자율적인 형식으로 배열을 이루고 있지만, 어느 특정한 균형점을 지향하는 모습은 애써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때문에 일부 멜로디 라인에서는 각자의 개성이 부각되는 표현이 부각되기도 하여, 전체적으로는 중동 특유의 에스닉이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재즈에서 흔히 말하는 인터플레이의 관점에서는 각자의 자율적 공간에서 서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시종일관 보여주고 있어 무척 유기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반면, 일정한 수준 이상의 과감한 개입을 배제한 차분하면서도 내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딕터폰 자체가 이와 같은 개별적인 신중함을 그 자체로 응집시켜 밀도 있는 깊이의 합을 이루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그만큼 낮은 목소리에서도 큰 울림을 전달하는 능력은 탁월하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2021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