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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obrawa Czocher - Dreamscapes (Modern, 2023)

 

폴란드 첼리스트 겸 작곡가 Dobrawa Czocher의 솔로 데뷔 앨범.

 

도브라와의 이번 앨범에 솔로와 데뷔라는 두 단어를 동시에 사용한다는 것이, 조금은 의외라는 생각도 들면서, 개인적으로는 무척 반갑기도 하다. 단편적인 싱글과 컴필레이션 작업을 통해 간헐적으로 개인 작업이 소개된 것을 제외하면, 그녀는 지금까지 다른 뮤지션들의 작업에 참여하며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해왔지만, 도브라와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강한 인상을 보여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녀가 함께했던 뮤지션들 중에는, 이번 앨범을 프로듀싱 한 Niklas Paschburg를 포함해 Hior Chronik, Simon Goff 등과 같이, 오늘날 모던 클래시컬 혹은 현대 작곡 분야에서의 핵심적인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중에는 도브라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Hania Rani도 있다. 특히 하니아와 듀엣으로 완성한 Biała Flaga (2015)와 Inner Symphonies (2021)를 통해 도브라와의 창의적인 음악적 세계관의 일면을 보다 가까이 감상할 수 있었는데, 이번 앨범을 통해 본격적으로 연주자는 물론 작곡가로서의 모습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게 되어 반가울 따름이다.

 

도브라와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악기를 접했고, 폴란드 Fryderyk Chopin University of Music과 독일 Hochschule für Musik 등, 두 개의 음악 명문에서 학위를 취득한 정통 클래식 음악계의 재원이다. 여러 유명 독주 및 실내악 콩쿠르에서의 우승 경력은 물론, Junge Deutsche Philharmonie 입단을 시작으로 Neue Philharmonie Berlin 수석 첼리스트를 거쳐 Szczecin Symphony Orchestra 솔로 첼리스트로 활동하는 등, 클래식 분야에서 그녀의 활동 또한 눈부시다.

 

이번 솔로 앨범은 하니아와의 두 번째 듀엣 작업을 완성했을 무렵부터 준비하기 시작하여, 약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완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뷰에서 도브라와는 정식으로 작곡을 공부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는데, 자신의 곡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교육으로부터 습득한 습관을 거부해야 했고, 이것이 자신의 창의성을 위해 필요했던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클래식 첼리스트로서의 자신과 첼리스트 겸 작곡가로서의 자신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말하는데, 이는 어쩌면 모던 클래시컬 혹은 현대 작곡 분야에 어떤 방식의 음악적 개입을 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미 그 이전에도 그녀는 현대 장르의 여러 뮤지션들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왔으며, 특히 하니아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언어와 표현에 대한 음악적 사색도 확장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도브라와는 자신의 솔로 작업을, 하나의 단일한 콘셉트에 의해 이루어진, 음악적 내러티브를 완성하는 과정으로 설정했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현상인 ‘꿈’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Prologue”에서 시작해 “Epilogue”로 끝을 맺는 10개의 트랙은 하나의 선형적인 구성을 지닌 진행처럼 보이기도 하고, 각각의 곡이 저마다의 이야기와 내용을 지닌, 일상과 욕망이라는 꿈의 이중적 의미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스펙트럼의 조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잠을 자면서 경험하는 일상적인 꿈이 무의식의 욕망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각각의 트랙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해서 각 곡의 연관성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며, ‘꿈’ 그 자체가 아닌 ‘꿈의 풍경’이라는 타이틀로 그 정경의 다면성을 묘사하고 있어 나름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연주는 악기가 지닌 전 음역대를 활용하고 있고, 각각의 라인은 저마다의 고유한 반복적인 모티브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곡은 멜로디, 카운터, 하모니 등과 같은 고전적인 구성과는 전혀 다른, 각각의 라인들이 모호한 중첩을 이루며 미세하게 위상을 바꾸거나 새로운 레이어를 통해 플로우를 전위시키는 등, 현대 장르의 특징을 반영한 아키텍처의 섬세한 변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비교적 균일한, 혹은 하나의 단일한 색감을 표현하기 위해 조율된 텍스쳐의 조합으로, 각각의 곡은 나름의 고유함을 완성하기도 한다. 여기에 앨범 전체가 지닌 몽환적 밀도감은 꿈이라는 단어가 지닌 이중성을 더욱 생생하게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

 

꿈 자체는 이중적이고 모호하지만 도브라와가 묘사하고 있는 그 풍경은 섬세하면서도 몽환적이다. 꿈을 꾼 사람은 자신의 무의식과 대면했기에 꿈을 꾸기 전과 다른 사람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자신의 욕망을 반영해 작곡과 연주를 완성한 도브라와 또한, 이전의 첼리스트와는 또 다른, 이제는 자신의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뮤지션이 아닐까 싶다. 첼리스트 겸 작곡가로서의 인상적인 출발을 알리는 앨범이다.

 

 

202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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