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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ock In Absolute - Dock In Absolute (CAM Jazz, 2017)


Jean-Philippe Koch (p), David Kintziger (b), Michel Meis (ds) 등으로 구성된 신예 재즈 트리오 DIA의 데뷔 앨범. 그룹 이름은 물론 멤버들 조차 낯선 이들이 선보인 레코딩에 대한 의구심이나 호기심이 감탄과 환호로 바뀌는데 필요한 시간은 불과 30여초에 불과하다. 앨범의 첫 트랙 도입부를 듣는 순간 이미 게임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그 다음 나머지 러닝 타임은 내 의지와 무관한 것이 된다. 트리오의 형식적 규범에 관한 EST의 새로운 제안이 동시대의 뮤지션들을 통해 다양한 음악적 가능성을 개방하는 방식으로 확장됐다면, DIA의 음악 역시 그러한 진화의 한 축 속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이들 트리오에게는 정형화된 형식적 규범이나 역할이 존재하지 않는다. 곡의 성격에 따라, 심지어는 진행 과정 속에서도 각자의 위상을 바꾸기도 하고 공간적 점유까지 변화시키는 유연함은 마치 하나의 계체가 상황에 따라 여러 색과 모습으로 변모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유연성은 음악적 다이나믹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빠른 진행을 하더라도 단순한 속주에만 의지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스케일이나 리듬 패턴 등의 변화를 통해 극적인 긴장감과 몰입감을 극대화 하기도 한다. 때로는 클래식, 락 등의 문법이나 표현을 고스란히 차용하면서도 트리오 특유의 유쾌한 감각으로 재구성 하기도 한다. 후기 낭만주의 혹은 1800년대 말 현대 음악의 태동기에 씌여진 고전 소품들을 연상시키는 클래식한 분위기의 피아노 테마들은 진행 과정 속에서 락 비트의 격렬함에 의해 해체되기도 하고 안정적인 베이스의 개입으로 정돈된 이미지의 완성을 이루기도 한다(ex. "Soul Sculpture", "Chase", "Misery" 등). 피아노의 테마 그 자체 만으로도 미적 완성을 이루는가 하면("Notturno"), 트리오의 음악적 응집력을 처음부터 고스란히 드러내는 순간도 존재한다(곡의 분위기는 다르지만 "Chase"와 "O-Zone"를 이와 같은 맥락에서 비교해 듣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트리오 음악의 형식과 내용에 있어 신선함을 경험하게 해준 즐거운 앨범이다.

 

2017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