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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miliano D’Auria - First Rain (Losen, 2023)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Emiliano D’Auria의 앨범.

 

에밀리아노는 2010년대 중반에 Jano Quartet을 결성해 서서히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고, 2020년대에 들어 자신의 이름을 딴 쿼텟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색소폰을 비롯한 브라스와 일렉트로닉을 활용해 펑크, 소울, 퓨전 등의 다양한 스타일을 접목했던 이전 쿼텟과 달리, 새로운 4인조에서는 프런트에 기타를 두고 음악적 양식을 비교적 정돈하는 듯한 모습의 변화를 보여주게 된다.

 

ED’AQ의 구성원은 기타 Giacomo Ancillotto, 베이스 Dario Miranda, 드럼 Ermanno Baron 등으로 이루어졌고, 쿼텟의 타이틀로 In-Equilibrio (2021)를 녹음했는데, 에밀리아노가 Losen과 계약하며 2022년 레이블을 통해 재발매가 이루어지며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갈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해당 앨범에서는 에밀리아노의 오랜 동료인 트럼펫/플루겔호른 연주자 Luca Aquino가 피처링으로 참여하며, 사실상 퀸텟 형식으로 녹음으로 진행되었는데, 둘은 이미 JQ 시절 Distante (2012)에서 호스트와 게스트로 호흡을 맞췄던 것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긴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앨범은 에밀리아노의 타이틀로 공개되었지만, 전작과 같이 ED’AQ에 게스트 루카가 참여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음악적인 내용에서도 일련의 연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표현의 다양성보다는 퀸텟의 앙상블 속에서 프런트의 복합적인 라인을 통합하는 음악적 내밀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레이블과의 연관을 의식하기라도 하듯, 북유럽 특유의 차분한 감성을 더해 자신들의 열정적 표현을 내면화하고 있다. 실제로 연주자들은 올해 초 노르웨이의 광활한 풍경을 지닌 기스케 섬에서 전경이 보이는 Ocean Sound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진행했으며, 개별 곡이 전하는 풍부한 분위기는 다분히 묘사적이면서도 북유럽 특유의 공기감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은 공기감은 이번 앨범의 고유한 매력이 아닐까 싶은데, 동일한 공간적 경험을 공유한다는 느낌을 주도록 개별 라인에 더해진 리버브는 무척 섬세하며, 각각의 사운드 그 자체가 연출하는 투명함은 연주자들이 내뿜는 온기와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미묘한 디스토션조차 투명함을 담은 공간 속에 절묘하게 안착하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기존의 다면성을 보다 밀도 있고 내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유연한 퀸텟의 편성을 통한 유형적 특징은 물론 각 곡이 주변 장르와 연관을 맺으며 표출하는 스타일까지,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공간에 스며들면서 일체감을 형성하고 있으며, 각각의 라인이 서로 중첩을 이루더라도 이질적이지 않은 하모닉스를 연출할 수 있도록 피아노와 기타의 톤을 조율해 호른과의 밀접성을 적절히 표출할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 또한 인상적이다. 특히 온전한 솔로에서부터 퀸텟의 집합적 표현에 이르기까지, 넓은 폭으로 이어지는 공간의 유연한 활용은, 스타일의 다양성을 통해 표출하려 했던 기존의 다면성을 새로운 접근을 통해 실현하는 방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 이들의 연주 내에서는 주변 장르의 요소적 특징이 미묘하게 발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그 양식이 전면화되기보다는 현재의 구성과 진행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는 인상을 줄 만큼 내밀한 통합을 이루고 있다.

 

북유럽 특유의 냉기와 이탈리안 고유의 온기가 만나 만들어 내는 기류는, 그 자체로 고유한 특징을 완성하면서도, 그 안에는 다양한 역동을 동시에 품고 있다. 서로를 흡착하는 듯한 사운드와 상호 간의 밀접한 거리를 통해 완성하는 집단적인 합의 정교함은 물론, 개별 공간에서 표출하는 자율적 능동성 또한 인상적이며,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이 온전한 합을 이루며 미적 표현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2023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