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Endless - Lost Lake (Neuklang, 2017)


프랑스 출신 David Haudrechy (ss)와 Grégoire Aguilar (p) 듀엣의 첫 앨범. 사실 이들 두 젊은 뮤지션의 이름은 생소하다. 다비드는 Initiative H라는 빅밴드에서 활동했고 그레그와르는 Jazz Addict Trio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이 역시 낯선 이름들이다. 때문에 이 앨범을 들으면서 무의식적으로 Wayne Shorter와 Herbie Hancock의 1 + 1 (1997)을 레퍼런스로 삼아 비교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를 하고 난 후, 이번 레코딩 그 자체를 텍스트 삼아 감상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듣기 시작했다. 형식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20년이라는 시간의 경과와 그 사이에 축적된 음악적 성과가 직접적인 비교 과정에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을 뿐더러, 엔드리스 듀오에 고유한 독창성과 음악적 창의를 다른 음악적 성과와 비교해 설명하기란 부적절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연주에서 사용하는 곡의 테마들 중에는 클래식을 비롯해 주변 장르의 영향을 받은 듯한 레파토리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재즈의 언어에 기초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임프로바이징과 인터플레이의 규칙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는 상호 대칭적 균형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려 하]고 있다. 두 연주자 모두 예상을 벗어난 프레이즈를 펼치거나 화려한 기교를 의도적으로 내뿜는 등 자기과시적 연주를 철저하게 멀리하고 있지만 지루하다는 느낌보다는 차라리 안정감 있고 편안하다는 인상을 준다. 절제를 바탕으로 한 두 연주자의 인터액티브가 어쩌면 유일한 긴장의 요소처럼 작용한다. 때문에 이 앨범은 마치 하나의 단일한 세츄레이션과 콘트라스트로 이루어진, 풍경 사진들이 담긴 포토북을 보는 듯한 시각적 느낌을 시종일관 전해주고 있다(그런 의미에서 강한 명암 대비의 이미지를 사용한 앨범 커버는 조금 아쉽다). 열한 개의 곡 중 Carla Bley의 오리지널 "Ùtviklingssang"과 Henry Mancini의 "Charade"를 제외하면 나머지 아홉 곡은 이들 듀오의 원곡들이다. 아련한 서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Polaroid",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Little King" 등 각각의 곡 마다 담긴 사연들을 이미지로 그려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시각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기분 좋은 앨범이다.

 

2017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