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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less Melancholy ‎- The Vacation (Hidden Vibes, 2017)


우크라이나 출신의 작곡가 Oleksiy Sakevych의 음악 프로젝트 엔들리스 멜랑콜리의 신보. 모던 클래시컬 분야에서는 이미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뮤지션으로 정규 앨범으로는 통산 다섯 번째에 해당한다. 정규 앨범들 만으로 대상을 한정시켜 그의 음악적 궤적을 살펴 보면 7년 여의 기간 중에는 변화의 계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데뷔 앨범 Music For Quiet Mornings (2012)에서 보여줬던 업라이드 연주 중심의 모던 클래시컬한 분위기가 Epilogue (2013)와 Fragile (2014)까지 어느 정도 이어지지만 Her Name In A Language Of Stars (2015)에 와서는 일렉트로닉에 기반하여 앰비언트적인 형상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변하게 된다. 기존에는 정서적 표출을 중심으로 한 감성적 진행이 두드러졌다면 2015년 앨범에서는 감정 그 자체에 대한 묘사적 특징들이 강조되는 듯한 변화를 보이게 된다. 이번 앨범 역시 이러한 변화의 연장 속에 있으며 그 계기들을 보다 더 세밀하게 묘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올렉시에 따르면 이번 앨범은 Ray Bradbury의 동명 소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전자악기의 사용이 전면에 드러나고 있지만 오픈릴 방식의 아날로그 녹음을 고집하고 있다. 서술적 묘사가 지배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에서 시종일관 관찰되고 있는 것은 인간의 정서나 감정에 관한 작곡가의 기본적인 애착이다. 인간의 방황과 고립을 휴가라는 은유적 표현으로 서술한 작가 브래드버리의 의도를 올렉시는 자신만의 고유한 멜랑콜리한 감성에 반영하여 음악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소설 속 구절이나 대사를 직접 인용해 음악의 타이틀로 삼아 그 행간에서 느꼈던 자신의 감정을 음악으로 담아낸다. 다분히 시각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러한 음악적 전략은 청자와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장치로도 활용된다. 예민한 사운드의 레이어들이 조합을 이루어 하나의 단일한 정서적 표출을 이룬 올렉시의 최근 작품 경향을 총괄하는 성과가 담긴 앨범이다.


2017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