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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rik Friedlander - Artemisia (Skipstone, 2018)


뉴욕에서 활동 중인 재즈 첼로 연주자 에릭 프리들랜더의 신보. 재즈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악기가 아니지만 에릭의 경우 해당 분야에서 나름의 인지도를 인정받는 첼로 뮤지션으로 손꼽힌다. 첼로라는 악기의 희소성에 따른 호기심도 있겠지만 광범위한 활동 범위를 보여주는 에릭 자신의 노력이 가장 큰 역할을 했음은 당연하다. 영화 음악과 관련한 그의 작업과 더불어, Joe Lovano, Lee Konitz, Dave Douglas, Nels Cline, Michael Moore 등 다양한 뮤지션들과 포스트-밥의 정통적인 어법에서 프리 혹은 아방가르드에 이르는 협연은 에릭 음악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John Zorn과 함께 혹은 그의 도움으로 완성된 일련의 작업은 재즈 첼리스트의 음악적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성과로 꼽힌다. 이번 앨범은 에릭과 직간접적인 인연이 있는 Uri Caine (p), Mark Helias (b), Ches Smith (ds) 등이 참여한 쿼텟으로 녹음되었다. 이번 앨범의 음악적 지향을 말해주는 듯한 인적 구성이지만 에릭은 이 안에서 자신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프로바이징에 기반을 둔 프리나 표현주의적인 형상을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비교적 정통적인 어법에 충실한 연주에서부터 크리에이티브한 언어로 표현되는 모던한 접근까지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스타일에서도 펜타토닉 스테일에 기반을 둔 고전적인 방식은 물론 클레즈머가 연상되는 에스닉한 요소까지 다채롭다. 그래도 앨범 전체는 이와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하나의 단일한 톤과 균일한 질감으로 총체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다. 개별 곡 모두 고유한 음악적 표현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서로에 대한 이질감은 느낄 수 없고 오히려 일관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첼로가 만드는 음역대의 독특한 사운드 효과도 있겠지만 쿼텟 전체의 합의 하에 상호 견인하는 음악적 유기성도 큰 몫을 한다. 틈새처럼 벌어진 자율 공간에서 개별 연주자들이 진행하는 솔로는 그래서 더욱 빛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큰 그릇에 담긴 믹스 넛츠 같은 앨범이다.


2018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