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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yolf Dale - The Wayfarers (Edition, 2023)

 

노르웨이 재즈 피아니스트 Eyolf Dale의 트리오 앨범.

 

에욜프는 2000년대 중반, 학부와 대학원에서 재즈 공연 및 즉흥 연주 관련한 전문 교육을 받았고, 졸업과 거의 동시에 André Roligheten과 연이어 협업 작업을 선보였으며, 솔로 연주를 수록한 Hotel Interludes (2011)와 Hometown Interludes (2013) 연작을 통해 평단과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이후 Edition과의 계약은 그의 대중적 인지도를 더욱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레이블을 통해 선보인 일련의 작업은 에욜프의 음악적 성장과 탐험이 거장의 길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텍스트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은 전작 Being (2021)과 마찬가지로, 베이스 Per Zanussi와 드럼 Audun Kleive이 함께한 트로이 녹음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에욜프의 커리어 중 Hayden Powell Trio에서의 활동을 인상적으로 기억한다면, 어쩌면 그의 음악은 트리오 형식에서 연주자로서는 물론 작곡가로서의 재능을 집약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을 듯하다. 에욜프의 두 번째 트리오 녹음인 이번 앨범은, 내용에서 전작의 후속 성격을 지니면서, 동시에 사운드의 확장을 통해 그 표현을 확장하기 위한 소소한 시도를 담고 있다.

 

에욜프의 트리오 작업의 가장 큰 매력은 섬세함과 개방성을 동시에 담아낸다는 점이다. 작곡가로서의 음악적 의도를 실현하는 치밀함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도 같은 엄격함을 통해 관철하며, 이는 선명한 테마와 미세한 사운드의 벨로시티까지 통제하는 모습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에욜프 각 공간의 자율성이 창의적 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개방함으로써, 곡이 지닌 미묘한 뉘앙스는 물론 풍부한 감정까지 직관적으로 담아내는 적극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는 몇 년 동안 함께 맞춰온 호흡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인터랙티브한 반응은 무척 유연하며, 흐트러짐 없는 일체감에서 여유까지 드러내고 있어, 한층 더 유기적인 앙상블을 완성하고 있다.

 

이번 녹음에서의 소소한 특색은 피아노 외에 하프시코드와 유사한 현 울림을 지닌 Hammerspinet나 체명건반악기인 Celesta, 연주용 톱과 같은 색다른 사운드를 연주에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신서사이저나 전자 음향의 효과로 조향한 음향이 아닌, 실제 연주를 통해 재현한 사운드라는 점에서, 나름의 음악적 완고함이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소리가 해당 곡에서 전면에 부각할 만큼 높은 비중을 보인다는 점에서는, 이후 새로운 사운드를 활용한 음악적 접근을 기대하게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새로운 사운드의 활용은, 평소 은연중에 드러났던 그의 폭넓은 다면성을 조금은 더 선명하게 밝혀준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는데, 독특한 건반 악기를 통해 표현되는 클래식적인 뉘앙스나, 소우의 보우잉에서 드러나는 민속적 분위기 등은, 트리오의 음악적 표현을 색다른 방식으로 확장하는 듯한 느낌을 연출하고 있어 흥미롭다. 어쩌면 이와 같은 새로운 사운드의 자연스러운 활용이 가능했던 것은, 지금까지 함께 해온 트리오의 경험이 더욱 견고하고 유연해졌음을 보여주는 방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번 앨범에서도 에욜프는 재즈의 언어에 기반해, 자기 주변의 풍부한 음악적 전통을 반영하는 창의성을 보여주고 있다. 음악이 지녀야 할 엄격함은 물론 트리오의 유기적 개방감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으며, 그 표현이 새로운 도전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여유롭고 밝은 에너지가 ‘나그네’와 함께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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