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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Felix Rösch - Fragmente (SilentGreen, 2023)

 

독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Felix Rösch의 앨범.

 

펠릭스는 클래식 피아노, 음향 공학, 영화 작곡 등을 전공했으며, 현장으로 나온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다양한 영화와 공고를 비롯한 영상 매체는 물론 연극과 오디오 북 등에 음악을 제공하기도 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그의 곡을 연주하는 등, 재능을 지닌 작곡가로 인상 깊은 활동을 남긴다. 펠릭스는 클래식 작곡가로서뿐만 아니라 실험적인 일렉트로닉 음악가로서도 나름의 열정을 보여주기도 하며,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통해 해당 장르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의 개인 작업은 모던 클래시컬, 일렉트로닉, 앰비언트 등을 통합하는 일체감을 지니고 있으며, 독특한 우울감을 지닌 전자 음향의 사운드는 기악 연주의 특성과 맞물리며, 펠릭스만의 고유한 감성을 완성하여, 해당 분야에서도 많은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다.

 

펠릭스의 이번 앨범은 기악적 특성과 일렉트로닉 사이의 작법과 접근 방식을 폭넓게 다루면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감성을 깊이 있게 담아내고 있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라인에 여러 유형의 시퀀싱을 더하는 방식에서부터 전통적인 현악 4중주를 기반으로 하는 고전적인 양식의 접근에 이르기까지,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다양한 어법과 표현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주 악기를 기반으로 하는 연주는 물론, 일렉트로닉의 여러 음향적 특징을 더하기도 하고, 때로는 필드리코딩이나 내레이션을 더한 구성 등을 통해 풍부한 작법과 접근을 담아내고 있다. 몇 개의 레이어를 활용해 간결한 구성을 지닌 곡은 물론 복합적인 구조를 기반으로 오케스트레이션에 가까운 넓은 공간의 운영을 보여주는 등, 전반적으로 다양성에 초점을 둔 듯한 인상을 준다. 클리어한 톤의 피아노에 딜레이나 리버브를 활용해 앰비언트적인 특성을 담아내는가 하면, 팰트하게 조율한 간결한 릴리즈로 주변 음향과의 연관을 부각하는 등, 연주를 기반으로 하는 곡에서도 비교적 다양한 공간적 접근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앨범 전체는 미니멀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일련의 간결한 테마를 중심으로 플로우를 진행하고 있으며, 제한된 스케일을 바탕으로 연출하는 차분하면서도 고독감이 감도는 독특한 정서적 분위기를 통해, 나름의 균일한 감성을 지속하고 있다. 일렉트로닉의 여러 작법들을 활용하면서도, 섬세한 벨로시티나 음과 음 사이의 보폭 등은 물론 현악기의 여러 주법과 레이어의 조합을 통해, 여전히 연주 중심의 특성을 부각하는 대목은, 이와 같은 정서적 질감과 깊이를 더욱 풍부하게 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정교하고 절제된 표현을 통해, 마치 감정의 임계점에서 강한 이성의 끈으로 정서적 긴장감을 지속하는 듯한 모습은, 다양한 접근 속에서도 균일한 연속성을 보장하며, 그 자체로 앨범의 고유한 음악적 분위기를 완성하기도 한다.

 

다양한 음악적 접근 속에서도 균일한 정서적 질감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며, 그 안에 담긴 감정의 균형점이 강한 음악적 의지와 영감에 의해 안정감을 이어가는 모든 순간은 매우 아름답기까지 하다. 친근한 기악적 사운드를 활용한 섬세한 정서적 반영과, 일렉트로닉과의 다양한 연관 속에서 깊이를 더하는 표현은 내밀하면서도, 그 차분한 흐름이 연출하는 분위기는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고요한 영화와 같은 음악이다.

 

 

2023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