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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Fire! Orchestra - Echoes (Rune Grammofon, 2023)

 

북유럽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젝트 재즈 밴드 Fire! Orchestra의 앨범.

 

F!O는 목관악기 Mats Gustafsson, 베이스 Johan Berthling, 드럼 Andreas Werliin으로 이루어진 그룹 Fire!를 원형으로 하여, 트리오가 지닌 실험적인 양식을 보다 확장적인 형식 속에서 재현하고 있다. 아방가르드한 실험적인 표현과 즉흥적 모티브의 확장을 기반으로 하는 프리 재즈는 물론 반복적인 리듬 패턴을 응용한 몽환적인 텍스쳐 등을 종합하는 Fire!의 음악적 내용을 확대된 공간 속에서 재현하고 있으면서도, 풍부한 사운드의 레이어를 활용해 F!O만의 접근과 표현을 보여주고 있어, 트리오와 오케스트라는 유기적인 연관을 지니면서도 각각의 고유한 음악적 캐릭터를 보여주기도 한다.

 

2012년 처음 시도한 F!O의 활동은 Exit! (2013)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꾸준한 작업의 업데이트를 발표하는데, 대규모의 인원이 참여하는 만큼 매번 각기 다른 편성의 규모를 통해 앨범마다 고유한 성격을 부각하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앨범을 통해 선보인 집단적인 작업 방식과 그 규모는 물론 뮤지션 개개인의 면면 또한 귀 기울이게 될 만큼, 현지 주요 연주자들의 참여도 눈에 띈다. 때문에 F!O는 단순한 트리오의 음악적 확장을 다룬 프로젝트라기보다는, 지역 기반 및 유럽의 뮤지션들이 참여하는 정기 행사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그 규모 면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규모 스케일을 보여준다. 스칸디나비아 출신을 비롯해 유럽과 북미의 뮤지션으로 이루어진 43인 규모의 대편성으로 이루어졌으며, Mariam Wallentin, David Sandström, Josefin Runsteen 등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쟁쟁한 현역과 더불어, Amalie Stalheim 등과 같이 장르를 넘어선 뮤지션들의 참여는 물론, Anna Lindal나 Joe McPhee와 같은 거물급 아티스트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관악, 현악, 타악은 물론 기타, 피아노, 키보드, 비브라폰, 일렉트로닉, 신서사이저 등의 복합적 편성을 활용해, 실험적 양식을 지닌 현대 아방가르드, 몽환적인 텍스쳐의 주술적 사이키델릭, 구성의 다면성을 활용한 프로그레시브, 민속적 특징을 부각한 남미 계열의 사운드, 현대 작곡의 특징을 반영한 클래식 등, 그 표현에서도 전에 없던 다양성을 표출하고 있으며, 각각의 곡은 고유한 테마만큼이나 그 특징을 반영하기 위한 독특한 편성을 보여주고 있어, 2시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이 짧게만 느껴진다.

 

각 곡의 테마에 알맞은 편성의 규범을 지니고 있어 나름의 섬세함을 반영하고 있으며, 각 연주 공간의 거리와 밀도를 조율하며 안정적인 앙상블을 이루기 위한 유기적 호흡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체적인 사운드는 매우 개방적이고, 곡의 흐름에서 축적하는 집단적인 에너지의 자연스러운 표출을 담고 있어 무척 역동적이다. 다양한 악기의 조합으로 완성한 풍부한 배음이 지배하는 광활한 공간은 물론, 집약적인 편성을 통해 재편한 사운드와 보컬의 몰입으로 집중력을 더한 스테이지까지, 모든 곡은 각자의 특징과 성격을 명확히 보여준다. 때로는 조직적인 빌드-업으로 거대한 음악적 서사를 완성하는가 하면, 몰입적인 에너지의 축적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집합적 사운드의 흐름을 연출하기도 하고, 명료한 메시지의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테마의 확장을 보여주기도 한다. 클래식 오케스트레이션 특유의 집합적 정교함과 자연스러운 집단적 역동으로 완성하는 재즈의 그루브가 각기 다른 양식 속에서 교차하는가 하는 등, 전체 앙상블의 유연한 유기성은, 그 자체로 이번 앨범에서 담아내고자 하는 F!O의 고유한 특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총체화된 집합적인 사운드의 진행 속에서도 F!O를 주도하는 Fire!의 멤버 및 프런트 라인의 존재감을 적절히 담아내고 있어,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지휘자가 누구인가를 명확히 하고 있다. 통제력은 존재하지만, 그 권위가 창의적 표현을 개방하기 위한 대담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풍부한 음악적 물결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었음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이것이 Fire!의 음악이면서도 F!O만의 개별적 독자성을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번 녹음의 성과를 다음 작업에서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에 대한 부담감을, 듣는 이의 입장에서 걱정해야 할 만큼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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